[국내뉴스]
[인터뷰] 이효인 영상자료원장
2006-02-13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옛필름 400편 복원 안하면 다시 못봅니다”

배우 안성기의 데뷔작은 어떤 영화일까? 하염없이 네이버 지식검색을 헤맬 필요없다. 2월 초 오픈한 한국영화데이타베이스(www.kmdb.or.kr)에 들어가 보면 그의 데뷔작에서 모든 출연작, 함께 작업했던 영화인들까지 일별할 수 있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는 필름 창고 정도로 오랫동안 인식돼온 한국영상자료원(KOPA)이 일반인들에게 성큼 다가왔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한 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한국영화 속의 에로티시즘, 배우 허장강 회고전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의 액션영화 특별전, 올해부터 시작한 ‘주말의 명화’시리즈 등 주마다, 달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있는 관객에게 부지런히 손짓을 하고 있다. 이효인(46) 영상자료원장이 2003년 7월 취임하고 난 다음 눈에 띄는 변화다. “취임 이후 새롭게 시작한 일은 아니예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는 자료원 홈페이지 안에 운영하고 있었지만 오류도 꽤 있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개보수를 해 사이트를 독립한 것이고, 영화 상영의 경우는 프로그래밍 개념을 도입해 요즘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데 주안점을 둔 것 정도죠.”

2월초 한국영화DB 사이트 열어
지난해부터 시작한 고전영화 디브이디 출시 사업의 결과물의 하나인 <자유부인>은 최근의 예술영화들도 채우기 힘든 300장 판매를 훌쩍 넘어 1000장에 육박하는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조만간 고 김기영, 이만희 감독의 걸작이나 임권택 감독의 초기작들도 디브이디로 만날 수 있겠다 했더니 이 원장은 손사래를 친다. 저작권 문제는 그가 취임 초부터 풀고자 숙원 했지만 좀처럼 ‘견적이 나오지 않는’ 두가지 문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 디브이디로 나온 네편은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작품들이예요. 초기 영화들은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또 당시 활동하던 분들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지금 같지 않아서 개인 소장자료들을 내놓는 걸 무척 꺼리기도 해요. 비단 디브이디 출시의 문제가 아니라 기초자료를 모으는 데도 어려움이 많죠.”

다른 한가지 문제는 영상자료원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름 보존 및 복원의 어려움이다. 간단히 말해 돈 문제다. “해마다 7개의 필름을 복원해왔어요. 올해는 15편으로 늘일 계획입니다. 그러나 흑백 130여 편을 포함해 2~3년 내에 복권하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는 필름은 400편이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더딘 상태죠.” 디지털 복원작업에 드는 예산은 50억원 정도. 당장이 아니라 3~5년 안에 필요한 단계적 수혈임에도 정부의 예산배정은 감감무소식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70~80년대에 비하면 문화에 대한 인식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정부가 문화의 성장이나 발전을 산업적으로만 환산한다는 데 있습니다. 보존의 가치라는 면에서는 아직 문화 마인드가 성숙하지 못한 거죠.”

예산 50억 감감…복원 손놓고 있어
올해 영상자료원은 이만희 감독 전작 상영전을 비롯해 일반인 대상의 영화교육 사이트 개설, ‘한국영화 100선’ 발표 등을 진행한다. 전문가 30명의 설문을 통해 만들어지는 ‘한국영화 100선’은 96년까지 나온 모든 한국영화 가운데 의미있는 걸작을 정리한 목록으로 선정되는 작품들은 복원이나 디브이디 제작 등 영상자료원의 모든 사업에서 우선 순위에 오르게 되고, 국내 관객 뿐 아니라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해외에서 한국영화 관련기획을 하는데도 공신력있는 데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 한겨레 신문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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