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의 <시리아나> 첫 공개
2006-03-1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중동 왕실과 미국 석유기업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영화 <시리아나>가 3월 16일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20년 동안 CIA 요원으로 복무했던 로버트 베이어의 논픽션 을 기초로 만든 <시리아나>는 중동과 미국, 유럽을 오가면서 복잡한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직시한다.

중동 지역에서 활동해온 베테랑 CIA 요원 밥(조지 클루니)은 베이루트로 가서 그곳을 방문 중인 나시르 왕자를 암살하려는 명령을 받는다. 나시르는 방탕한 동생과 다르게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국가 경제를 재건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거대석유기업 코넥스는 자신들의 이익에 방해가 될 나시르 대신 그의 동생을 왕위계승자로 지명하기 위해 공작을 벌이고, 암살에 실패한 밥은 그로 인해 야기된 외교적인 책임을 뒤집어쓰는 희생양이 된다. 제네바 주재 에너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브라이언(맷 데이먼)은 나시르에게 매혹되어 그의 경제고문으로 일하면서 석유 판매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감독 스티브 개건은 예맨의 시위 군중에게 발포한 미국 해병대의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묘사해 물의를 빚었던 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의 작가였다. 그러나 <시리아나>는 나시르와 코넥스를 중심으로 두고,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인물과 음모를 배치함으로써, 비교적 정당한 방식으로 현실을 보여준다. 그때문에 <시리아나>는 관객에게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카자흐스탄의 유정 채굴권을 두고 벌어진 부패한 거래와 기업합병, 그 내막을 숨기고 합병허가를 받아야하는 변호사, 그가 일하는 법률회사와 코넥스가 나시르를 제거하기 위해 꾸미는 음모, 밥이 무기밀매상에게 위장판매했지만 사라져버린 미사일의 행방, 코넥스가 해고한 파키스탄 노동자의 테러. <시리아나>는 서로 단절돼있지만 거대한 고리로 둘러싸여 있기도 한 이들을 능숙하고 긴장어린 편집으로 연결한다.

스티브 개건은 “이 영화에는 선인도 악인도 없으며 쉬운 대답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말처럼 <시리아나>는 부패한 기업가 자누스를 악당으로 묘사하거나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노동자 와심을 피해자로 규정짓는 극적인 설정을 냉담하게 피해간다. 오히려 그때문에 <시리아나>는 몇개의 대륙에 흩어져있던 사건들이 비극으로 선회하는 후반부에서 드라마틱한 울림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선의와 열정과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진 소수가 존재한다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으며 그들을 밟고선 거인은 점점 더 거대해질 뿐이다. 이것이 <시리아나>가 전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시리아나> 100자평

<시리아나> 이 세계가 어떻게,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냉정하게 그려낸 스릴러물. 하지만 통상의 스릴러물을 기대하면 안 된다. 중동의 석유산업을 목표로 한 미국의 파워게임을 치밀하게 보여줄 뿐이다. <스파이 게임>의 로맨티시즘을 완벽하게 벗겨낸, 보고 있으면 섬뜩해지는 정치영화.-김봉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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