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100도강추] 최첨단 입체영화 <판타스틱 애니월드>
2006-04-14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초특급 3차원 영상 초절정 환상 입체감

요즘에 3D(3차원) 영화라고 부르는 입체 영화는 50년대부터 등장했다. 한쪽 눈엔 빨간 색, 다른 눈엔 녹색의 셀로판지가 붙은 안경을 쓰고 봤던 이 영화는 이따금씩 화면 속의 사물이 눈 앞으로 돌출돼 나오는 효과를 주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초점이 잘 안 맞는 데다 어둡고 색감이 흐리다는 단점이 더 컸다.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한두번 볼 뿐 이 영화를 즐겨 찾지 않았다.

13일 개봉하는 <판타스틱 애니월드>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3차원 애니메이션 영화다. 아이맥스 상영관용 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새로운 기술로 3차원 화면을 구성하며 거기에 아이맥스 영화의 큰 화면 규모와 입자의 섬세함이 보태져 놀라운 입체감을 선사한다. 바로 눈 앞에서 사물이 오가는 듯한 입체감의 도드라짐은 물론이고, 일반 35㎜ 필름의 두배인 70㎜ 필름이 투사되는 대형 화면 속의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초점과 색상이 선명하다.

지난 2000년 이 영화가 미국에서 상영된 뒤 <뉴욕타임스>는 “최첨단 기술의 진열장”이라며 “대형 컴퓨터와 막대한 자본을 가진 수재 집단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잘 추려서 보여준다”고 평했다. 또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입체영화를 조악한 눈속임수로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제작된 지 6년이 지났고, 서울 용산 씨지브이 아이맥스관에서 단관 개봉하며, 상영시간도 44분에 불과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입체 영화의 기술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또 그 미학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판타스틱 애니월드>(원제 사이버월드)는 이전의 입체 영화와 영사방식이 다르다. 붉은색-녹색 셀로판지 안경을 쓰고 보던 이전의 입체 영화는 색상 차이로 인한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와 달리 ‘듀얼 필름 스트립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 영화의 방식은 각각 왼쪽 눈, 오른쪽 눈을 겨냥해 초점과 각이 다르게 잡힌 두개의 필름을 한 화면에 영사한다. 관객들은 양눈 모두 옅은 갈색이 입혀진, 편광필터 재질의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게 된다. 영사기 렌즈 앞에도 편광 필터가 달려 안경 편광면의 방향과 렌즈의 편광면의 방향을 다르게 적용시킨다.

색상의 상실이 거의 없고, 화면의 심도도 다양해지는 이런 방식에서는 필름 프레임 수가 보통 영화의 2배가 되며 필름 크기도 아이맥스용 70㎜여서 40분짜리 한 편이 11만5200 프레임에, 필름 길이가 8231㎞에 이른다. 85년에 처음으로 <우리는 별에서 태어났다>라는 11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이런 방식의 입체 영화로 제작됐고, 상업영화로는 98년 실사 영화 <공룡 티렉스>가, 장편으로는 2005년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의 3D 버전이 각각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2~6분짜리 옴니버스 애니 8개 에피소드 경연대회, 손에 잡힐 듯 살아움직여

국내에는 <폴라 익스프레스> 3D버전이 지난해말 개봉했고, 13일에 <판타스틱 애니월드>와 함께 <공룡 티렉스>가 인천 씨지브이 아이맥스관에서 개봉한다. 이 세편 중에서 첨단 입체 영상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게 <판타스틱 애니월드>이다. 애니메이션인 만큼 실사영화보다 초점을 자유롭게 조절해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룡 티렉스>보다 입체감이 선명하고, 같은 애니메이션이라도 장편인 <폴라 익스프레스>와 달리 각기 다른 팀이 만든 2~6분짜리 수작 에피소드들을 모은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인 만큼 입체 영상의 미학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판타스틱…>은 컴퓨터 내부를 연상시키는 사이버월드 안에서 한 여자 사회자가 이 세계의 곳곳을 안내하는 형식으로, 8개의 애니메이션 에피소드를 이어붙인다. 물론 여자 사회자와 그가 진행을 하는 사이버 공간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돼 있으며, 이 공간에서도 사회자가 바이러스와 싸운다는 나름의 이야기를 끼워넣지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8개의 에피소드가 마치 입체 애니메이션 영상의 경연대회를 연상케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각국의 기술진이 만든 에피소드들은 각각 인간의 두뇌 속, 해저, 가상의 우주, 벌레들의 소세계 등으로 공간과 소재를 달리 하면서 저마다 다른 색상과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94년 팝 그룹 ‘펫샵보이즈’의 노래 ‘리버레이션’의 뮤직비디오로 제작됐다가 이 영화를 위해 3차원으로 리메이크된 영국의 애니메이션이다. 금속성 물질로 이뤄진 반수반인들이 미지의 공간을 줄지어 날아가는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육체에서 해방된 영성의 세계를 연상케 할 만큼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심슨 가족> 에피소드도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중에서 3차원 세계와 4차원 세계를 오가는 에피소드를 입체영상으로 옮겨왔다. 2차원 화면과 3차원 화면의 구별을 통해 3차원과 4차원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 에피소드에선 철학과 유머가 썩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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