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캐릭터와 촌철살인 유머의 경연장
공식경쟁 TV부문은 19편의 TV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이름부터 낯익은 <꼬마 펭귄 핑구>, <뽀롱뽀롱 뽀로로>, <네모네모 스폰지밥> 등 3편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콤달콤한 일상의 해프닝으로 소시민의 가슴을 헤집는 <네모네모 스폰지밥>은 ‘애니메이션계의 명품 시트콤’. 이번에 상영되는 에피소드 역시 ‘주인의 하릴없는 게임 중독이 애완동물의 가출을 부른다’는 공감백배의 내용을 담고 있다. <꼬마 펭귄 핑구>, <뽀롱뽀롱 뽀로로>는 모두 아기 펭귄이 주인공인 학습 애니메이션이다. 귀여운 망나니 핑구와 한국형 모범 어린이 뽀로로의 일화는 보는 이에게 비교해보는 재미를 안긴다. 주목할 만한 뉴페이스들도 있다. 프랑스 감독 뤽 뱅시게라의 <좀비 호텔>은 호텔을 운영하는 좀비 일가의 이야기. 미국 <ABC>에서 소개된 뒤 이미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본 듯한 생김새에 이름도 ‘펑거스(곰팡이)’, ‘매것(구더기)’ 등인 캐릭터들이 귀엽다. 이란 애니메이션 <탈출>도 독특하다. 설화를 소재로, 죽음없는 땅을 찾아가는 왕자의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단연 <IGPX>다. 극장에 걸어도 손색없을 퀄리티의 TV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프로덕션 IG’의 2005년 신작. 세 사람이 한팀을 이루는 로봇 격투레이싱을 다룬다. 프로덕션 IG 특유의 세련된 영상, 정교한 매커닉 디자인, 빠르고 격렬한 대전 시퀀스, 캐릭터의 개성과 갈등이 돋보인다.
공식경쟁 커미션드 부문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CF, 트레일러, 뮤직비디오 등을 만날 수 있는 통로다. 영화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의 엔딩 크레딧, 넥스트의 동명 원곡을 리메이크한 싸이의 <도시인> 뮤직비디오 등 28편의 작품이 본선에 진출했다. 편수는 적지만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은 역시 광고.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코카콜라 광고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자신을 각인시킨다. 나머지 대부분의 자리는 뮤직비디오가 차지하고 있다. 익스플로딩 플라스틱스의 <조이가 온다> 뮤직비디오는 근 2∼3년간 일렉트로니카 뮤직클립이 자주 사용해온 한 전형- 비트에 맞춰 이미지 전개를 하다 마지막에 스토리상의 반전을 주는- 을 보여준다. 1930년대 스타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날 괴롭히지 말아요>는 더 머프스 보컬의 감기에 걸린 듯한 음성과 재미있는 조화를 이룬다. 프랑스 뮤지션 장 프랑수아 코엔의 <카페 브왈루> 뮤직비디오는 컷아웃 방식을 사용해 바삭바삭한 질감을 전한다.
각 나라 학생들의 풋풋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공식경쟁 학생단편부문은 60편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제껏 인공적인 느낌의 3D 컴퓨터그래픽 작품들이 대세를 이뤘던 것과 달리 올해는 단순한 선의 매력, 붓터치, 종이의 질감 등을 살린 작품이 대거 눈에 띈다. <버린 개>, <고양이가 떠난 뒤>, <파게이 강> 등이 그 예다. 학생단편부문에서 가장 돋보인 작품은 자연다큐멘터리 형식을 패러디하여 ‘일렉트루스’라는 새 곤충들의 세계를 그린 <일렉트루스>. 전선·전자칩 등으로 추상화된 곤충들의 디테일과 움직임이 한편의 아트워크를 보는 듯 훌륭하다. 유머있고 재치있는 내러티브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일본 만화창작집단 CLAMP 내한
클램프를 직접 만날 기회!
SICAF가 클램프를 초대한다. 클램프는 <성전-리그베다>로 데뷔한 뒤 2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해온 일본 여성 만화창작집단. 1989년 동인지 아마리시아(Amarythia) 소속 여성 12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고, 1990년 멤버를 7명으로 줄이면서 클램프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현재의 클램프는 오카와 아게하, 모코나, 네코이 쓰바키, 이가라시 사쓰키 4명이 움직여가고 있다. 마물과 마법의 세계, 끝간 데 없이 펼쳐지는 미소년·미소녀들의 향연, 곳곳에서 머리를 내미는 동성애적 코드가 이들 작품의 경향. 그러나 어린이 순정물에 가까운 <카드캡터 사쿠라>부터 학원물의 성격을 띠고 있는 <클램프 학원탐정단>, 섬세하나 잔혹한 그림체로 유명한 <X> <동경 바빌론> 같은 작품까지 이들은 선보여온 작업의 장르는 다양하다. 최근작으로는 세계관을 같이 설정하여 동시 연재된 <츠바사>와 <XXX 홀릭>이 있다. 언론에 노출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클램프한테는 이번 방한이 첫 외국 방문이다. 기자회견, 창작과정 특별 상영, 독자와의 대화 등 여러 일정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그림을 수첩에 꽂고 다녔던 이들라면, 5월27일 있을 팬 사인회에 응모라도 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