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카> 전문가 100자평
2006-07-06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는 애니미즘과 애니메이션은 같은 어원을 지니는 걸까? 자동차를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카>에선 아예 차가 인간이며, 사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파리도 자동차이다.) 잘 나가가던 선수가 우연히 시골 마을에 떨어져 인생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는 어떤 문화권에나 있을 법한 보편적 서사이지만, 모든 비유는 지독히도 미국적이다. 문명의 이기이자 스피드가 생명이며, 그자체가 환경파괴적인 자동차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느림의 철학과 대자연의 운치를 논한다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다.

이러한 역설이 가능한 건 바로 '미국적 특수성' 때문이다. 땅은 넓고 대중교통 수단은 거의 없는 미국인들에게 자동차! 를 자신의 분신이나 애인, 혹은 신체의 연장이자 나아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격체'로 사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상일테지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겐 기발하고 생경하다. (꼬마자동차 붕붕은 어린이 놀이용 자동차였지, 진짜 차가 아니다.) 또한 '66번 고속도로'는 다른 나라였다면 국도일테지만, 미국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속도로이며,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숲을 거니는 게 아니라 광할한 그랜드캐년을 질주하는 것이다. 보는 것 뿐 아니라 정서를 체험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미서부 여행을 다녀온 효과를 주는 애니메이션 <카>는 마지막까지 오밀조밀한 재미가 가득하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 한번 더 웃는다.-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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