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우리 아성이 벌써 숙녀가 됐네.” 오랜만에 다시 모인 ‘가족’들이 던진 말은 사실이다. 고아성 스스로도 “내가 크는 게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니까. 물론 그동안 이 중학교 2학년생 ‘꼬마 숙녀’의 몸만 쑥 자란 건 아닐 것이다. 똑 부러지는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 데뷔작 <괴물>을 통해 고아성은 덧니가 귀여운 아역에서 한명의 배우로 자리매김한 게 틀림없으니 말이다.
-첫 영화를 보니까 어땠나.
=보기 전에는 내가 출연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보려 했는데 결국엔 떨쳐낼 수 없더라. 내가 처음 한 영화니까 그런 부분에만 계속 감동받게 되더라. (웃음)
-본인의 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잘했다, 못했다, 이런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정말 창피하기도 하다. 모든 게 아쉽긴 한데, 다시 촬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하면 저런 감정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괴물>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배두나의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두나 언니가 말해주기 전에 따로 제의가 들어왔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오디션을 봤다. <떨리는 가슴>을 같이 하고 있던 두나 언니가 ‘괜찮은 아역배우가 있다’며 감독님에게 말했다. 그때만 해도 <괴물>이라는 영화가 뭔지 몰랐다.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해봤는데, 사실 자신이 없었다. 너무 스케일이 크고, 정말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 사이에 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엄마의 추천과 감독님의 설득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봉준호 감독의 존재는 미리 알고 있었나.
=초등학교 2~3학년 땐가 <플란다스의 개>를 봤다. 처음에 지하실에서 불이 탁탁탁 켜지는 장면이 있잖나.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데 그 부분만 자꾸 생각나는 거다. 굉장히 미스터리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나중에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같은 분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분은 보통 사람과 다른 정신세계를 갖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사이코적이라는 것은 아니고. (웃음) 그런데 <괴물> 때문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그분이 이분인 줄 몰랐었다.
-현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나는 캐릭터를 볼 때 실제 나와의 차이점을 생각한다. 그런데 현서는 모든 면에서 나와 거의 오차가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면서 내 입장에서 상상을 했다. 만약 내가 괴물에게 납치된다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해보고. 그런데 누구라도 잡혀갔다면 현서처럼 했지 않았겠나.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했다.
=나도 고생했다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이런 것은 있다. 다른 배우분들은 대역을 쓸 수 있었는데, 나와 비슷한 체격을 가진 대역이 없어서 직접 한강에도 들어가야 했다. 솔직히 억울했다. (웃음) 사실 강물에 들어갈 때도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럴 수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