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10세기 중원에 펼쳐지는 <햄릿>의 비극, <야연>
2006-08-31
글 : 김수경

중원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만든다면 어떨까. <영웅> <연인>의 장이모와 <무극>을 만든 첸카이거의 발자취를 따라 펑샤오강이 <햄릿>의 중국판 <야연>으로 대륙무협에 출사표를 던졌다. <야연>은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중원을 호령하기 전 5대10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0세기 중국 화북에는 다섯 왕조, 화남에는 열개 주가 천하쟁패를 다투고 거란은 호시탐탐 중원 진출을 노린다. 1천척의 배를 띄울 만한 아름다움과 100명의 군사와 싸울 수 있는 무용을 겸비한 황후 완(장쯔이)은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그가 급사하고 황제의 동생 리(거유)가 황위에 오른다. 한편 완은 원래 황제의 양아들이자 황태자 우 루안(오언조)을 몰래 흠모했다. 황태자 우를 살리기 위해 리와 재혼하는 완. 황태자 우는 아버지가 숙부에게 살해당하고 계모가 재혼한 사실에 절규한다. 완을 손에 넣은 리는 우를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객을 보내고 완은 사력을 다해 이를 막아낸다. 결국 리가 마련한 성대한 밤의 연회에서 모든 음모와 계략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2천만달러 예산의 <야연>은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이며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틴준, <매트릭스>와 <킬 빌>을 창조한 무술감독 원화평, <와호장룡>의 의상을 담당했던 티미 입, <연인>과 <무간도>를 촬영한 레이먼드 람이 스탭으로 가세했다. 무엇보다 <휴대폰> <따완> 등을 만든 중국 블랙코미디의 1인자, 대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국민감독 펑샤오강이 연출을 맡은 점이 <야연>을 기대하게 한다. 펑샤오강은 <갑방을방>을 시작으로 최근작 <천하무적>에 이르는 여덟편의 영화에서 서민적인 소재를 탄탄한 드라마로 풀어냈다. 최근작 <천하무적>은 중국 내에서만 150억원의 극장수익을 올렸다. <패왕별희> <천하무적>에 출연했던 펑샤오강의 페르소나 거유가 야심가 리 역을 맡았다. <연인>과 <무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 빈약한 플롯을 <야연>이 극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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