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찌질한 남자들의 소심한 모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첫 공개
2007-04-02
글 : 장미

온라인 프리뷰/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일시 4월2일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아내가 바람을 핀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냉큼 소리라도 내질러야겠지만 그러기에 김태한(박광정)은 너무 소심한 남자다. 아내의 애인인 박중식(정보석)에 대한 정보를 주도면밀하게 수집했을 태한은, 대신 그의 택시를 잡아타고 낙산행을 외친다. 중식의 얼굴이 무척 궁금했을 뿐더러 아내와 중식에게 바람 피울 빌미를 제공해 현장을 급습하려는 의도에서다. 낙산에서 작은 도장포를 운영하는 태한에게 삶은 인내의 연속이다. 반면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중식은 전국 방방곡곡 애인을 심어둔 못 말리는 바람둥이다. 이를 버득버득 가는 태한 앞에서 중식은 “형님” 운운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불륜은 없고 사랑만 있다”는 신념을 태연하게 설파한다. 그리고 이들의 발걸음은 서울에서 낙산으로, 낙산에서 다시 서울로 혹은 태한의 아내에서 마침내는 중식과 함께 사는 여자 소옥(조은지)으로 자연스레 옮겨간다.

말말말
“반갑습니다. 익숙치 않은 자리인데 데뷔하게 돼 영광입니다.” (김태식 감독)

“아내의 애인을 만나러 가는 태한 역을 맡은 박광정입니다. 2년전 한여름에 찍은 이 영화가 이런 자리까지 오게 돼 놀랍습니다. 만든 사람들의 추억 속에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코미디니까 재미있게 봐주십시오.” (박광정)

“이 영화는 중년의 두 남자가 겪는 사랑에 관한 작품입니다.” (조은지)

100자평
3류 소설같은 이야기와 어우러진 세한도의 여유와 응시가 재밌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러 가는, 아니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러 가는 남자와 동행하는 이 남자는 딱 루저다. 분노보다 자책이 먼저인데다 이미 바람이 나버린 마음을 어쩌겠냐고 한탄한다. 진짜 수탉마저 그를 맥빠진 수탉처럼 본다. 루저는 모종의 행동을 개시하지만 뭔가 저지른다기보다 저질러지는 일들을 지켜본다. 아내의 애인의 아내를 만나기에 이른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러다가 구원받는다. 물론 대단하거나 거창한 구원이 아니다. 그저 세상사의 자연스런 이치를 문득 깨닫고 유연한 수탉이 된다. 영화는 그 수탉을 닮아 예쁘다. 간간히 끼어드는 판타지와 접사 장면까지.
이성욱/ 씨네21 기자

찌질하고 소심한 두 수컷의 여정을 따라잡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한국형 블랙코미디다. 여기서 방점은 물론 한국형. 딱히 남에게 커다란 위해를 가하지도 못하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한줌의 욕망 때문에 바지런을 떠는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홍상수의 초기작보다 따뜻하고 친밀하며, 일견 판타지적인 화법이 눈에 띈다. 수탉과 수박 등의 은유를 적극적 비주얼 이미지로 끌어들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킨 점 등도 주목할 만하지만, 결말부의 반복적인 첨언은 다소 우유부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형식마저 영화속 인물의 캐릭터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오정연/ 씨네21 기자

모든 길은 교훈을 남긴다. 태한과 중식의 동행도 마찬가지다. 기묘한 이 여행은 태한에게 그의 가정에는 사랑이 없다는 것을, 중식에겐 바람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다. 그렇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솔직하게 반성하지 않는 한 이런 교훈은 언제까지나 반쪽짜리일 뿐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웃음과 책망을 섞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시선이 설득력이 있게 느껴지는 데에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박광정은 아내의 바람에 마냥 분노하지도, 그렇다고 그저 무시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캐릭터를 잘 그려내고 정보석은 철딱서니 없지만 한편으로 미워하기 힘든 바람둥이 캐릭터에 딱 맞는 듯 보인다.
장미/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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