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14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쌍둥이 동생 효진과 함께 물에 빠졌다가 홀로 살아남은 소연(박신혜)은 사고 후 10년 만에 정신을 차린다. 이와 함께 마을에서는 원인불명의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소연을 모든 사건의 원인으로 몰아간다. 한편 기억을 잃어버린 소연과 그의 어릴 적 정혼자 현식(재희)의 혼담은 다시 진행되지만, 옛날부터 소연이 아닌 효진을 마음에 두고 있던 현식은 소연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던 효진보다는 소연을 편애했다는 어머니(양금석), 효진의 사고와 관련해서 비밀을 알고 있는 소연의 친구 선영(한여운)과 김선비(양진우) 역시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소연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말말말
“할리우드나 일본, 태국의 영화 등에 등장하는 귀신이나 공포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영화가 흥행이 잘 돼 시리즈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지환 감독
“물속에 빨려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하며 저승사자를 봤다.” -박신혜
“무려 9시간 동안이나 분장 스태프들이 분장을 위해 고생하기도 했다. 영화 초반부 도랑에 주저앉아 우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벌레가 계속 몸으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한여운
“이틀 동안이나 밤을 새가며 와이어 액션 장면을 촬영는데 영화 속에 조금 밖에 나오지 않더라.(웃음)” -양진우
100자평
TV 시리즈 <전설의 고향>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공포의 원형이라 할 만큼 ‘전설적’인 텍스트. 이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라니, 게다가 공포영화 전문필자의 공포영화 데뷔작이라니, 영화를 기대하게 할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이 <장화, 홍련>,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의 ‘슬픈’ 공포와 <가위> <해변으로 가다> 등의 하이틴호러 등을 고르게 연상시키는데 이는 결국 창의성 부족을 뜻한다.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영화 속 가장 무서운 장면과 가장 소름끼치는 장면(두 가지가 다르냐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에 있어서는 비교적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러나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은, ‘관절꺽기 신기술’을 선보이는 소복 귀신이 예전 TV 시리즈 속 처녀 귀신들에 비해 전혀 무섭지 않다는 데 있을 것이다./오정연 <씨네21> 기자
나는 너네들이 10년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전설의 고향>은 복수극의 형태로 시작해서 음모극 혹은 엄마찾아 삼만리의 모녀 상봉극으로 결론을 맺는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뚜렷한 공포감을 전해주지는 않는 게 단점. 몇몇 소름을 끼치는 장면들은 효과적인 깜짝쇼에 머문다. 겁많은 사람도 편안히 볼 수 있는 공포영화인 결정적인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마저 전이되지 않는 점일 것이다. 젊은 배우들이 한복과 도포를 입고 등장하는 모습은 흥미로울 수 있으나, 간혹 어느 오락프로그램의 반전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영화 탄생과 함께 시작된 공포 영화는 더 이상 새로움을 만들 수 없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누가 더 모방과 변형을 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원형의 공포를 제시한다는 포부를 지닌 <전설의 고향>. 우선 영화는 오랜만에 부활하는 사극 공포 영화로서의 신선한 출발을 하지만, 이야기 구성이 기이할 정도로 <령>과 동일하다. 두 명이 물에 빠져 죽고, 한 명이 살아남는다. 깨어난 사람은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그로부터 주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이러한 극적 구성은 <령>의 조선시대 버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 또한 사다코에 대한 충무로의 강박관념을 벗어나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도 공포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듯. 그럼에도 빗질하는 장면은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기 보다는 단순하게 이야기를 가져갔더라면 어땠을 까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가졌던 매력이 단순 명쾌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었던가. 반면 첫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박신혜는 1인 2역으로 고군분투를 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안개에 쌓인 숲과 호수에서 느껴지는 음산한 분위기 역시 그간 한국 공포 영화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장면들이다.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http://ext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