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의 샛별들] <식스 센스>의 미샤 바튼
2007-06-19
글 : 장미

데뷔와 경력| <The O.C.>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마리사 쿠퍼를 가리키며 “저 우아한 소녀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TV드라마 <The O.C.>에서 두 소년의 사랑을 받는 마리사를 연기하면서 미샤 바튼은 갑작스레 스타덤에 오른다. 물론 그전까지 쌓아올린 필모그래피가 없었다면 <The O.C.> 출연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9살 때 <슬라브스!>로 무대에 올랐던 그녀는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에 참여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스크린 데뷔작은 선댄스에 초청받았던 존 듀이건 감독의 <론 도그>. 이방인 남자와 교감하는 10살 꼬마 데본을 연기하며 특출난 연기력을 과시했다. 이후 <보니 앤 클라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펍스>, 극중 제시 샘믈러의 친구 케티 싱어로 출연한 드라마 <원스 앤 어게인>, 엔리케 이글레시아의 <에딕티드>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The O.C.>가 방영될 당시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세 번째 시즌 이후 시청률이 떨어진 이유를 그녀의 부재에서 찾는 이도 있었을 정도. 한국 관객에게 그녀의 모습을 가장 강렬하게 각인한 영화는, 하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히트작 <식스 센스>가 아닐까. 워낙 화제가 됐던 작품이거니와 구토하는 소녀 귀신으로 나타나 등꼴을 오싹하게 만들었으니.

매력 포인트| 미샤 바튼을 청춘의 미열에 들뜬 그저 그런 하이틴 스타로 짐작한다면 곤란하다. <The O.C.>에서 매혹적인 상류층 소녀로 출연했지만 그녀는 외모에 대한 평가에 진저리치는 단단한 자의식의 소유자다. “예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되지 않아요. 마치 ‘그녀는 예쁘고 말랐으니 분명 문제가 있을 거야. 신경성 무식욕증 환자거나 성격이 나쁠지도 몰라’라는 것과 같아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바튼은 배역을 영리하게 선택하고 조율한다. “어둡고 기묘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이 좋아요”라는 말이 단지 홍보용 멘트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파란 눈과 금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올곧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긴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조지 오웰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존 케네디 툴의 <바보들의 결탁>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십을 쏟아내는 미디어를 비웃긴 했지만 켈빈 클라인, 에어로포스탈, 두니 앤 버크 등의 모델이었던 경력이 입증하듯 그녀는 린제이 로한에 버금가는 패셔니스타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스스로는 “나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무심하게 항변하긴 해도. “나는 대개 스타일리스트와 일하지 않아요. 그저 내 물건들을 걸치죠. 사실 쇼핑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미샤가 말하는 미샤| “나는 지적인 역할들을 맡아요. 어리석은 영화를 한다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나는 끊임없이 어른들에 둘러싸여 지냈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보다 더 성숙하죠.”

<식스 센스>

기대작| <The O.C.>의 후폭풍이 거세다. 출연작 중 2007년 개봉예정인 영화만 해도 벌써 다섯편이고 장르 역시 멜로, 코미디, 드라마 등 제각각이다. <클로징 더 링> <버진 테리토리> <사라지지 말아요>는 이미 촬영을 마쳤고 <선더랜드의 맬리스> <성 트리니탄스>는 제작을 준비 중인 상태. 아무래도 가장 호기심이 이는 것은 데이비드 르랜드 감독의 차기작 <버진 테리토리>가 아닐까 싶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데카메론>(1971)을 리메이크하는 작품. 르네상스 시대의 위선을 갖가지 음담패설로 가볍게 그러나 날카롭게 풍자했던 원작을 생각한다면 “나는 오드리 헵번의 영화를 보면서 ‘어머, 세상에’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토로했던 바튼의 선택을 한번쯤 믿어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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