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의 샛별들] <스피드 레이서>의 에밀 허시
2007-06-19
글 : 장미

데뷔와 경력| 에밀 허시는 한동안 지독히도 불운한 배우였다.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데뷔작 <복사의 위험한 삶>에서 <엠퍼러스 클럽> <머지 보이> <상상의 영웅들>까지 그가 출연한 인디영화들은 반짝 상영됐다가 금방 극장에서 떨어졌다. 가톨릭 학교의 엄격한 환경에 억눌린 복사, 고지식한 교사의 교육 방침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문제아, 어머니의 죽음에 힘겨워하는 농촌 소년 등. 허시가 풍자적이고 진지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는 그가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종류의 영화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허시 역시 루크 그린필드 감독의 열정에 감복해 전직 포르노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모범생 역할을 가까스로 수락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예전에 나는 ‘글쎄, 10대 코미디에는 정말 출연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어요. 전작들을 찍으면서도 ‘아, 틴 코미디는 정말 못하겠어’라고 말했죠.” 조금 예외적인 이 작품으로 그는 평론가는 물론 소녀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지만 자신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잊지는 않은 듯하다. 이후 허시는 <로드 오브 독타운>의 캐릭터를 위해 3개월간 끈질기게 스케이트 보드와 파도타기를 연습했고, 숀 펜이라는 녹록지 않은 연기자의 연출작 <인투 더 와일드>에 출연했다.

매력 포인트|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허시는 무척 까다롭다. 아마도 출연작을 고를 때는 더더욱. 혈기왕성할 20대임에도 그의 이야기에선 고르고 고른 흔적이 엿보인다. “프리마돈나 같지는 않지만 예컨대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알아요. 그냥 내 직감을 믿어요”라는 설명보다 “인디영화에 더 끌리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튀어나온 “물론이죠”라는 답변에 왠지 마음이 끌리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얼핏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닮은 얼굴은 조각 같다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젊음의 세심함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느낌을 풍긴다. 그가 자신의 자의식을 설명하는 방식도 그런 분위기와 닮았다. “나는 내가 언제나 절반쯤은 껍질 밖에 있고 절반쯤은 껍질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가끔씩 극도로 거칠고 가끔씩 극도로 수줍죠. 이것은 그저 어떤 날이냐에 달려 있을 뿐이에요.” 격정과 평정 사이에서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자질은 그를 이야기하며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는 이유다. 이는 또한 조디 포스터, 케빈 클라인, 시고니 위버 등 함께 공연한 선배들에게 배운 교훈이기도 할 것이다.

에밀이 말하는 에밀| “11살 때 연기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매력도 없었죠. 그저 재미로 했을 뿐이에요. 그러다가 말론 브랜도와 비비안 리가 출연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봤어요. 마치 뺨을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죠. 그게 배우로서의 모닝콜이었어요.”

<알파 독>
<엠퍼러스 클럽>

기대작| 단연 주인공인 스피드 역에 낙점된 <스피드 레이서>다. 1960년대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Mach Go Go)를 바탕으로 <매트릭스> 시리즈와 <브이 포 벤데타>의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하는 이 작품은 제작을 발표한 시점부터 큰 관심에 휩싸였다. 특히 가수 비로도 유명한 배우 정지훈이 태조라는 이름의 조연으로 등장하고 허시가 “I love Rain”이라는 말로 함께 출연하는 배우에 예의를 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서특필됐다. 젊은 카레이서 스피드가 아버지가 발명한 레이싱카 ‘마하5’와 가족의 도움으로 레이싱 경기에서 우승을 쟁취한다는 것이 원작의 내용. 기본 줄기야 변함이 없겠지만 기발한 세계관의 소유자인 워쇼스키 형제가 만화적 상상력을 얼마나 강렬하게 그려낼지, 화려하고 위험천만한 카레이싱을 허시가 얼마나 감각적으로 연기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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