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요원, “진정성, 내 안에 그런 모습이 보였나보다”
2007-07-13
글 : 장미
사진 : 이혜정
신애 역의 이요원

직접 보니 더욱 가녀리다. 저런 손목으로 마이크를 잡고 가두방송을 했다니, 극중 모습이지만 차마 상상하기 어려웠다. <화려한 휴가>에서 이요원이 연기한 캐릭터는 퇴역 장교 출신인 흥수의 딸이자 민우의 사랑을 받는 간호사 신애. “조금의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감독을 믿고 연기”했기에 “한신 한신 버릴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나 긴 수식어 없이 간략하게 의사를 밝히는 어투에서, 5·18에 휩쓸려 표류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는 신애라는 캐릭터가 자연스레 연상됐다.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는 것이 당시의 희생자분들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안 그럴 것 같았는데 편집본을 보며 많이 울었다.” 허튼 말은 하지 않는 이요원을 믿는다면 <화려한 휴가>가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울릴지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시대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아, 또 시대물, 그랬다. 5·18이래서 생뚱맞다고 생각했고. 그리고선 그냥 읽었다. 소파에 이렇게 누워서. 너무 따뜻하고 평범하고, 진짜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나리오라 금방금방 읽히더라. 감동도 줬다. 시나리오만 읽고선 울컥 하기가 쉽지 않은데. 신애라는 여자도 매력있었다.

-어떤 점에서 매력적이었나.
=그 시대의 여성상을 잘 그려낸 것 같았다. 조용히 묻어가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하는 여자다. 우리나라 어머니상 같은. 실제로 그때 아주머니들이 밥 나르고 간호사들이 간호하고 그랬다더라. 신애는 그런 여자 중 한명이겠지.

-김지훈 감독은 어떤 캐릭터를 바랐나.
=메신저. (웃음) 다른 분들이 어떤 남자애에게 ‘너는 죽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너는 죽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개죽음을 당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신애가 그렇다. 그때 그 사람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기억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후반부에 차량으로 광주 시내를 돌며 애타게 호소하는 장면은 5·18의 중요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나.
=아니, 격려하는 목소리만 들었다. 사실 그 시대 방송은 지금 우리가 쓰는 말투로 진행하지 않는다. 극중에서 사투리를 쓰지도 않으니 요즘 하는 것처럼 했다.

-그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해야 했을 것 같은데.
=얼핏 별 감정없이 방송하는 것 같았다. 철민 선배님은 그때 그걸 직접 들었는데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같은 방송을 들어도 시대가 다르니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겠지.

-시나리오 읽고 <목포는 항구다> 만든 그 감독 맞냐며 놀라워했다고.
=다 놀랐다. (웃음) 우리는 그 영화 안 봤다.

-그전까지 광주를 어떤 도시로 기억하고 있었나.
=호남지역 사람들의 민심을 사기가 어렵다는 것 정도? 아버지가 전라도 분이지만 광주 분은 아니다.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만 다니셨다. 5·18도 자세히는 몰랐다. 어릴 때 TV다큐멘터리를 잠깐 보다가 너무 끔찍해서 채널을 돌렸던,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었다.

-김상경을 김상경 아저씨라고 부르나.
=아니다. (웃음) 아, 그건 상경 아저씨 없을 때만 농담조로.

-김상경, 안성기 등 선배들과의 연기는 어땠나.
=처음에는 어려웠다. 다 남자분들이고 어르신들이라 막막했다. 막상 촬영 들어가니까 너무 잘해주셨지만. 딱 영화쟁이 같았다.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달라 보인다.

-가장 힘들게 찍었던 신은 무엇인가.
=극장 나와서 쫓기는 장면. 그때 컨디션이 진짜 안 좋았다. 몸도 안 좋은데 한여름에 엄청 뛰고. 남자한테 머리채 잡힌 것도 처음이고.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공포가 정말 느껴졌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신애도, <대망>의 윤여진이나 <패션 70s>의 더미도 그렇고 외유내강형 여성을 자주 연기했다.
=김지훈 감독님은 슬퍼서 울 때 정말 슬퍼 보이는 배우가 있고 안 그런 배우가 있다더라. 나한테 그런 걸 보셨나보다. 진정성. 감독님이 강조하는 단어다.

-무덤덤한 편인 것 같은데 뭔가를 강하게 원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었다. 이 일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화려한 휴가>도 또래 배우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다고 했다. 각자 슬픔과 아픔이 있겠지만 내가 좀더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 정수현·헤어 치후(라뷰티코아)·메이크업 김보미(라뷰티코아)·의상협찬 로브마리에, 지나킴·액세서리협찬 스와로브스키,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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