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규슈의 바람처럼 상쾌한 영화 <달려!>
2007-07-17
글 : 김민경

<달려!> Fuckin' Runaway
모토하시 게이타/ 일본/ 2007년/ 100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판타스틱영화제라고 해서 극단으로 밀어붙인 환각과 망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로드무비 <달려!>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두 남녀가 환상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회복일지다. 분리불안을 앓는 하나는 같은 병원의 소심한 청년을 꼬드겨 탈주를 감행한다. 남자에게 제멋대로 ‘나고양’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하나는 그를 제 하수인처럼 부리고, 순종적인 나고양은 하나의 무리한 요구에 고분고분 따르며 그녀를 돌본다. 나고양의 중고차에 몸을 실은 두 사람은 목적지 없는 도망을 계속하지만, 문제는 정신병원에서 도망쳤어도 정신병에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하나는 부두교의 추장, 애꾸눈 마녀, 거대트럭 드라이버에게 쫓가는 환각에 몸부림치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나고양은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비정상이긴 마찬가지인 이 2인조는 함께 포도서리를 하고 별밤 아래 속내를 나누며 1000km를 달려버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치료해간다. 조근조근 나누는 진솔한 대화도 귀엽지만, 실제 규슈에서 찍은 영화의 풍광들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목장과 유황온천지대, 해안도로의 절경과 마지막 장면의 바닷가까지 따라가다보면, 여행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듦새가 매끈하지만은 않지만, 오픈카를 탄 주인공들이 들이키는 규슈의 바람처럼 상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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