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황야의 스산한 법칙 <바람 속의 질주>
2007-07-19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바람 속의 질주> Ride in the Whirlwind
몬테 헬만/ 미국/ 1966년/ 82분/ 회고전: 미국 B무비의 영웅 몬테 헬만
마카로니 웨스턴이 반영웅을 앞세워 장르를 경쾌하게 비트는 맛을 냈다면, 몬테 헬만의 66년작 서부극은 웨스턴의 한복판에서 시치미 뚝 떼고 완고한 반란을 일으킨 모양새다. ‘좋은 놈’과 ‘나쁜 놈’의 대결 구도는 기괴하게 뒤집어져 있고, 먼지바람 자욱한 황야는 조용한 살육전을 나긋이 감싸안는다. 하나 더, 감독 몬테 헬만의 인장을 확인하기 전에 시나리오와 프로듀서와 주연을 한 묶음에 해치운 이가 잭 니콜슨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말끔하고 건장한 미청년 잭 니콜슨이 스크린에 어른거리는 것도 흥미롭지만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기운이 그에게서 물씬 배어나온다는 점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다.

역마차를 터는 첫신부터 범상치 않다. 빼앗는 자나 빼앗기는 자 모두 희생자를 내는데 그들이 터는 재물의 수준이 아무래도 ‘뒷골목 핀 뜯기’스럽다. 이 와중에 흘러나오는 그들의 무심한 표정이 황야의 스산한 법칙을 조용히 반영한다. 본론은 그 다음부터다. 이 무법자들의 오두막 거처를 우연히 스쳐지나가던 카우보이 일행 웨스(잭 니콜슨)와 번과 오티스는 단지 이들 곁에서 노숙을 한 정황 하나로 강도 무리로 취급받는다. 지역치안대의 ‘습격’을 헤치고 간신히 빠져나오기는 했으나 이미 동료 한명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서부극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카우보이들이 있을까 싶은데 진짜 무법자가 누군지, 아니 무법의 개념이 무엇인지 서두르지 않는 연출 속에 제기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개성이다. ‘생활인’ 카우보이나 ‘자력구제’ 갱스터 대신 지역치안대를 비판적 타깃으로 삼은 이 서부극은 당시 세계경찰로 나선 미국 자신에 대한 명백한 알레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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