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쟁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으로 마무리된 이번 여름은 침체에 허덕이던 할리우드에 숨통을 트여줬고, 국내에서의 흥행 또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장가를 장악했다. 무엇보다 작품들의 수가 많았고 <트랜스포머>를 제외하고는 이전작들의 영광을 꿈꾸는 속편들의 위력이 거셌다. 마이클 베이가 여름 블록버스터의 전통적인 제왕이었음을 떠올려보면 <트랜스포머> 역시 ‘마이클 베이의 속편’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편의 한계와 규모, 그리고 그 스타일을 새롭게 혁신하고 돌파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각양각색이었다. 속편 그 자체로는 전편으로부터의 안일한 안주일 수 있으나, 그 속편들끼리의 경쟁 자체가 뜨겁다보니 그들 각자의 전략은 사뭇 다르고 신선했다. 아마도 2007년은 위기를 정면돌파하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습의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할리우드를 겨냥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최전선을 표방한 <디 워>가 거센 논쟁에 휩싸이면서, 이들의 전략을 새로이 되짚어봐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트랜스포머>나 <디 워>나 이야기가 없는 건 매한가지’ 혹은 ‘<반지의 제왕>은 보다 잤는데 <디 워>는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봤다’는 일부 네티즌의 ‘내수용’ 감격은 그 감정의 진실 여부를 떠나 논쟁을 발전적으로 끌어안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디 워>가 이미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의 성패가 전체 손익분기점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고, 말 그대로 이것이 처음부터 할리우드 시장을 겨냥한 전쟁임을 심형래 감독 그 스스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여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그를 둘러싼 세계의 겉과 속을 꼼꼼히 뜯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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