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실제로는 노고산동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왜 이유없이 망원동으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_망원동 주민
A. 너무 죄송하다. 솔직히 망원동이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망원이라는 이름을 듣고서 잊혀진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 쭉 살아왔는데도 망원동이라는 동네가 있었음을 몰랐다니. 그것까지 더해지니까 망원동이 영화 속 공간으로 더 그럴 듯했다.
└시나리오를 역삼동 집에서 썼다. 우리집이 역삼동 언덕길의 꼭대기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리면 집 밖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보니 주요 공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역삼동이라고 붙일 순 없었다. 분위기하고 안 어울리니까.
└막상 촬영은 또 다른 데서 했다. 망원동이 아니라 성북동, 북아현동, 약수동 등에서 찍었다. 망원동에 직접 가보니까 실제 지대가 높은 곳이 많지 않았다. 영화 속 설정으로는 망원역이 첫신인데 정말 지하철역은 실제 망원역에서 찍고 싶었다. 망원역은 입구부터가 다르다. 개선문 같은 기둥들이 박혀 있고 분위기가 특이하다. 결국 다들 그러지 말자고 해서 광명역에서 찍었지만 촬영 전까지 고민 많이 했다.
└사실 주요 공간은 모든 종류의 주택들이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세상의 축소판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는 애초부터 배제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자신들이 실제 사는 거주지의 형태를 영화에서 많이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전국을 돌아도 그런 블록은 없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북아현동이 가장 비슷했고, 거기서 가장 많이 찍었다. 촬영에 들어가서도 잡음이 많았다. 제작부 스탭들이 사전에 현수막도 내걸고 선물도 드리고 양해도 구하고 집 창문에 일일이 검은 천을 달아드리기도 했는데, 막상 밤마다 크레인을 올리니까 주민들이 힘들어하셨다. 소리나 빛 때문에 잠을 못 자니까. 하루만 참으면 되는 일도 아니고 열흘 넘게 그러니까. 경찰 대동해서 오셔서 화를 내는 주민도 있었다. 중호가 미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초소 앞에서 차를 대는 풀숏 장면이 영화에서 두번 나온다. 보면 라이팅이 다르다. 한번은 크레인을 내리고 찍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중호가 좁은 골목길에서 영민이를 붙잡는 장면도 애먹었다. 차량을 쭉 세워놨는데 기어코 차로 꽉 막힌 그 골목길로 가야겠다고 우기는 분이 있었다. 제작부가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가서 직접 양해를 구했는데도 역시 안 되더라. 결국 차를 다 뺀 다음에 그 차를 보내고 나서 다시 세팅하고 찍어야 했다. 아, 이런 일도 있었다. 골목길에 라이트를 설치하고 2, 3일 촬영을 한 다음에 빠진 적이 있는데 한 주민이 골목길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고 한전에 항의를 했던 모양이다. 그 바람에 다시 촬영을 갔을 때에는 한전에서 교체를 위해 아예 기존 가로등을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
Q. 서울시장 똥물 투척사건. 영화에서 특별히 OOO 시장이라는 대사는 없었지만 이명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거이거 이명박 정부에서 태클 거는 거 아니야? 감독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_foxmira
A. 듀나라는 분이 <추격자>에 관한 리뷰를 쓰면서 맨 마지막 줄에 그걸 썼던데. 그것 때문에 그런가. (웃음) 도대체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은 촬영 전에 연출부에게 가장 많이 들었다. 어떤 스타일입니까. 이명박인가요, 오세훈인가요. 배우 오디션을 준비해야 하는 연출부 입장에서는 감독이 특별한 모델을 원할 수도 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 몰라, 몰라 그랬다. 사실 난 누구라도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기도 했다. 그냥 적당히 믹싱해서 가면 된다고 봤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싫은 사람, 맘에 안 드는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촬영 때문에 사실 선거도 안 했다. 지난 1년 동안 뉴스를 전혀 못 봤다. 그러다보니 촬영을 끝내고 나서 영화를 본 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좀 난감하다.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당선이 됐고, 어쩌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하는 날 조감독이 나보고 그러더라. 투표하러 가시죠. 그래서 다녀오세요, 했다. 하지 말라는 말은 못하겠고. 근데 상황이 워낙 그래선지 조감독도 씩 웃고는 눈치 보다가 안 가더라.
Q.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김윤석이 하정우를 그렇게 쫓아다녀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것 같아요. _배문수
A. 중호의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복합적인 이유들이긴 하나 목적은 같고, 그래서 중호는 뛰고 쫓을 수 있다. 그 이유 중 어느 하나를 주된 동기로 만들고 또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만고만한 사연들을 모두 캐릭터에 던져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밀실 안에 갇힌 누군가의 상상이고 기대다. 영화를 보는 이들 또한 본인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밀실 바깥에서 누군가가 나(그녀)를 찾기 위해 어마어마한 열과 성을 다해서 뛰어다니고 있겠지 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상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가라고 생각을 해보면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저 바람이었을 뿐이다. 그들도 나도 바랐듯이, 누군가가 너를 찾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노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명확한 하나의 동기보다는 땀을 흘리며 추격할 수 있는 사연들을 내러티브 틀에 최대한 많이 넣고 싶었다. 급격한 드라마의 전환보다는 미세한 변화, 여러 가지 사연들을 드러냄으로써, 또 그 가랑비 같은 사연들에 뼛속 깊이 젖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제작자를 포함해서 시나리오를 본 분들이 다들 뚜렷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렇게 말씀드렸다. 이 영화에 가장 걸맞은 캐릭터는 뛰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을 것 같은 놈이라고, 그 놈이 뛰어야만 영화가 가능하다고. 그건 너무 확고했고, 이 영화의 거대한 축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다들 이해해주었다.
└사실 중호라는 남자는 내일 해가 뜨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나야 모른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예전의 삶을 다시 살아갈지 아니면 다른 뭔가를 할지. 그러나 영화 안에서 그 맞물린 사연들이 증폭되어가고 그게 중호를 조금은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내가 그 여자를 죽였다는 영민의 말의 신빙성이 점점 높아지고 그와 동시에 미진에 대한 죄책감이나 아이에 대한 미안함 또한 비례한다. 그러면서 영민에 대한 분노도 커져가고. 다 같이 맞물려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Q. 그날 밤 그가 추격했던 건 그놈이 아니라 엄마였다. _이수민
A. 어떤 반응에도 내 입장에선 예 그렇습니다, 라고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기자들이 매번 이 장면은 이런 의미인가요 하면 예 그렇다고 했다. 영화를 만들면서부터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선을 내러티브가 포용하고 허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X축은 이렇고 Y축은 이렇고 하는 식으로 영화를 좌표화해서 관객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중호가 추격했던 목표는 돈일 수도 있고, 그놈의 흔적일 수도 있고, 미진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사회나 시스템일 수도 있고, 관객이 말씀하신 엄마일 수도 있다.
Q. 놈을 좇는 단 한명의 추격자. 우리나라 공권력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던 영화. _이지희
A. 기자시사 끝난 뒤에 간담회에서도 그런 의도가 있었느냐고 물으셔서 예, 맞습니다 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해석에 그게 아니라 이거예요, 라고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관객은 읽어낼 권한이 있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내 입장에서의 출발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물론 각기 그들의 최선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어떤 최선에는 웃음을 지었을 것이고 어떤 최선에는 조소를 보냈을 것이다. 어떤 최선에는 이입을 했을 것이고, 어떤 최선에는 분노를 터트렸을 것이다.
└사실 주인공인 중호라는 캐릭터는 최선을 다하면서 실수를 범하지 않는가. 영화상에서 중호는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다. 그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지고자 하는 경찰의 방향을 우회시키는 계기를 제공한 엄중호는 어떤 측면에서 김미진이 살해당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더군다나 주인공이니까 비난을 받지 않는다.
└최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가 어떤 식으로든지 개입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음… 배우에게 그 책임을 물어달라. 이렇게 말해도 되나. (웃음) 감독이 캐릭터들의 최선을 배치하는 방식이 중립적이지 않았다고 여겨진다면 다만 이런 생각은 있었다. 과연 엄중호가 현직 형사였다면 저렇게 뛰었겠는가, 저렇게 찾고자 헤맸겠는가. 개인에 대한 질타는 아니고, 집단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다. 군대도 그렇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집단에 가면 하나로 똘똘 뭉치는지.
Q. 도축장을 상상케 하는 욕실에서 꽁꽁 묶인 채 죽을 고비를 맞이하게 된 미진은 영민과의 승강이로 피범벅이 되고 하얀 옷은 피와 때로 지저분해진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 미진이 대낮에 탈출해서 나오는 장면에서 더러워진 하얀 옷이 피가 묻은 부분을 빼고는 깨끗해져 있었다. _아지기
A. 정확하게 보셨다. 미진이 화장실에 갇힌 장면을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이 장면에서 미진은 끈을 풀기 위해 온갖 노력들을 다 한다. 탈출장면의 의상이나 분장은 재연도 해보고 테스트 촬영도 했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해서 먼저 찍었는데, 막상 마지막에 화장실 장면을 찍다보니 예측이 빗나갔음을 알게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죄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밤새 뛰어다니는 중호의 흰 바지가 왜 이리 깨끗하냐는 질책도 그렇다. 비에 씻겨서 세탁된 것이라고 봐달라고 하는 수밖에.
└이런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영화를 어느 정도는 순서대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걸 싶지만 그렇다면 촬영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 찍은 장면이 184신(중호가 영민의 교도소 동기 집에서 못박힌 예수 그림을 확인하는 장면)부터인데. 걱정을 많이 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교회가 리노베이션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케이션을 포기하고 배우의 감정을 선택하는 게 옳을까, 아니면 로케이션을 강행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이런 고민은 영민의 거처도 마찬가지였다. 그 집도 우리 촬영이 끝나자마자 재건축에 들어갔는데, 이런 사정들 때문에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배우들한테는 못할 짓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배우들과 사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윤석, 하정우 같은 배우들이었으니까 가능해겠지만.
Q. 영화 잘 봤슴다…. (중략)… 그런데 (중호가) 망원동에서 쓰러진 아이를 강남 성모병원까지 싣고가. ㅠㅠ;;; _박찬은
A. 성모병원은 체인점이다. 강남 성모병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에는 성모병원이 많다. 촬영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했다.
└아이를 다치게 한 뺑소니 오토바이를 두고 중국집 배달을 왜 밤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들어봤다. 그건 야식이다. 아이가 왜 갑자기 다쳤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음 뺑소니 말고 다른 이유를 상상할 수 있을까. 가끔 그 장면에서 음식을 집어먹고 아이가 탈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음, 그럴 수도 있다.
Q. 슈퍼에서 망보던 여자 경찰은 뭐 했기에 범인(영민)이 도망간 거예요? _정수미
A. 생략된 신이 있다. 미진이가 살해당한 뒤에 바로 붙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중호의 장면 전에 붙어야 할 신은 이런 거다. 오 형사가 이놈이 너무 안 나오니까 슈퍼 앞을 지나치면서 쓱 하고 내다본다. 그런데 뭔가 본 거다. 살해된 슈퍼 주인을 보고 놀란 오 형사가 슈퍼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문을 못 열겠는 거다. 그 순간에 휴대폰을 꺼내들고 연락을 하게 되고 뒤늦게 순찰차가 저쪽에서 오는 장면을 찍었다.
└편집하면서 사실 이 장면은 없더라도 추측이 가능하다고 봤다. 미진이가 죽고 난 다음에 오 형사가 어떤 제스처를 취할 것인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미진이에 대한 중호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사실 오 형사 역의 박효주라는 배우를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왔고, 또 연기도 좋았는데 미진의 클로즈업 다음에 중호의 클로즈업이 바로 붙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빼냈다. 관객에게 더 큰 것을 드리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어떤 관객은 덜컹거렸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왜 오 형사가 뒤를 밟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음… 먼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하는 순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면서 그 관계들이 계속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오 형사라는 캐릭터가 제2의 김미진 같은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봤다. 피해자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시간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으면 좋겠다, 시나리오상에서도 그 캐릭터를 부각시켜 놓았다. 그런데 편집에서 배제하면서 비중이 줄어들었다. 경찰서에서도 또 다른 여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설정을 해놨고, 그러다보니 그 여자가 근거리에서 영민을 뒤쫓는 후반부의 장면이 나온 셈이다. 애초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영화 초반에 모텔에서 폭행을 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와 또 다른 살인자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었는데 수정 과정에서 모두 빼냈다. 물론 오 형사 미행장면의 경우, 근거리에서 그것도 한숏 안에 얼굴이 팔린 형사가 미행을 한다는 사실이 좀 어색하긴 하다. 마지막 병원 앞에서 서브플롯 때문에 시장을 다시 등장시킨 것도 좀 아슬아슬하다. 이유를 말하면 너무 뻔한 것 같고.
Q. 지영민의 교도소 동기 집 벽에 그려져 있던 (못박힌 예수) 그림은 무엇인가요. 왜 (중호가) 교회를 떠올린 거죠? _서진영
A. 대부분 우리의 주거지 블록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빨간 십자가가 언제나 보인다. 360도 어디를 바라봐도 보인다. 교회는 신을 섬기는 곳이고, 또한 많은 이들이 신을 믿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한국 현대사회의 블록을 연결해주는 고리,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고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을 믿는 자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큰일날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단순하게 말하면 모든 사건은 언제나 십자가 아래서 일어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이 관장하는 섹터 안에서 발생하는 살인을 떠올렸을 때 기분이 묘했고 설정으로, 공간으로 따왔다.
Q. 예수가 못박힌 것과 지영민이 망치와 정을 사용하는 게 뭐랄까, 연관성이 있는 듯하네요. _pink-loud
A. 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망치는 왜 등장하느냐, 하나를 말하면 다 물려 있어서 사실 좀 답하기가 그렇다. 이건 정말이지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 같다. 혹시 취조실에서 심리분석가가 지영민에게 범행동기를 성불구라고 몰아붙이는데 그게 맞느냐, 그게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는 건가. (웃음) 있어도 답 못해드린다. 죄송하다.
└지영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가장 참조했던 한 교수의 말이 있다. 연쇄살인범들의 말에는 진실이 없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학자다. 분석해서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들의 말이 모두 거짓일 수 있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데이터 중 가장 비중이 큰 것 또한 거짓일지도 모를 그 말이다. 사실 지영민의 범행 동기를 누가 알 수 있을 것인가. 대개 이런 장르의 영화들은 범행 동기를 후반부에 밝히곤 한다. 하지만 누가 동기를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범행 동기를 규정하는 순간 놓치는 게 있다. 또한 내가 어떤 여성의 뒤를 밟는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논리적인 설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면서도 그랬다. 꼭 내가 지영민의 범행 동기를 알아야 하나. 그게 중요한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외려 더 이상해졌다. 영화를 보고 지영민의 범행동기가 이거다, 라고 짚어내는 관객이 있다면 뭐 아, 그렇습니다라고밖에 할 수 없지만 말이다.
Q. 이 영화로 인해 모방범죄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ㅠㅠ _dddd
A. 결정을 해야 하는 매 선택의 순간들에 항상 제1순위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 관객의 우려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없는 거다. 할 말이 없는 놈이 되는 거다. 어떤 한 순간도 말씀하신 그런 부분을 놓치고 간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모방범죄 정말 하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절대 그러지 좀 마세요.
Q. 인서트 컷의 미진과 은지. 거의 마지막 장면인 것 같은데요. 김윤석과 하정우의 결투장면에서 서영희씨의 얼굴이 아주 잠깐 지나가는데요(한 0.5초?) 이 장면이 영화 <쎄븐>에서 극중 살인범(케빈 스페이시)가 피트한데 총으로 죽기 바로 직전에 그의 부인 역으로 나온 기네스 팰트로의 얼굴이 아주 잠깐 나오거든요;;;(개인적으로 아주 인상 깊었음) 그 장면하고 매우 비슷하더군요;;; 이걸 보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홍진 감독님이 데이비드 핀처의 <쎄븐>을 보고 ‘오마주’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듦. _neomyself
A. 오마주까지는 음…. 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웃음) 이런 생각은 했어요. 혹시 그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 영화는 <쎄븐>처럼 한컷이 아니라 두컷입니다, 라고. 두려운 것도 있었다. 한컷이 아니라. 이 장면 콘티를 짜고 나서 나중에 관객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고 하면 어쩌나. 아따 또 막판에 뭐 떨었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어쩌나. 그래도 오마주라고 봐주시니 다행이다.
└<살인의 추억>과 같이 많이 언급하신다. 민망하고, 낯뜨겁다. 사실 <살인의 추억>은 몇번을 봐도 걸작이다. TV에서 하면 아직도 좋아라 하고 또 본다. 다만 관객으로서는 엄청 많이 봤지만 영화를 찍으면서는 떠올린 적이 없다. 어떤 자극들이 체화가 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참고를 위한 목적으로는 잘 안 본다. 그렇게 봐서 필터링이 제대로 안 되면 나중에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이 장르의 교과서 격인 <살인의 추억>을 예전에 엄청 봤으니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이 그 영화의 냄새와 향을 쫓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욕심은 그럼에도 <추격자>에서 관객으로부터 내 필터링이 작동했음을 인정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