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아름답고 애틋한 하룻밤 로맨스 <소설>
2008-05-0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The Obscure/2006년/뤼 위에/87분/중국
오우삼의 <적벽대전>과 펑 샤오강의 <집결호>의 촬영감독.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생>을 비롯한 장이모의 단골 촬영감독까지. <소설>을 연출한 류 우에의 경력은 촬영감독으로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연출도 꾸준히 해왔으며 <소설>은 네 번째 장편이다.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자오 선생>외에도 <미인초>, <십삼괘포동>을 만들었다. 류 우에는 네 번째 연출작 <소설>에 이르러 이를 데 없이 비범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철길을 따라 열차가 달리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 그 시선이 시장을 지난다. 그리고 한 여자가 호텔을 돌며 미팅 시간을 알린다. 중국 유명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생과 시와 문학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 그들을 깨우던 여자는 늘 뒤에 앉아 있다(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사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뒤로 이어지는 장면들을 보며 영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더 알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다큐멘터리로 진행되던 영화는 별안간 여자가 문득 이 호텔에서 지나간 과거의 남자를 재회하면서 허구의 이야기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둘은 서먹함과 반가움으로 재회를 기념하며 아이같이 즐거워하지만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 동안 헤어져야 하는 것에 슬퍼한다. 류 우에는 중국 유명 문인들의 난상 토론의 장이라는 다큐와 그 곳에 있던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허구를 간명하면서도 절묘하게 겹쳐 애환과 로맨스의 감정을 끌어낸다. 이 영화의 형식 자체가 실재와 허구의 아름답고 애틋한 하룻밤 로맨스다. <소설>은 비범한 형식 외에도 배우들의 친밀하고 그윽한 연기(특히 첸 카이거의 <투게더>등에 출연했던 남자 배우 왕지웬의 연기가 뛰어나다)가 큰 공감을 끌어낸다. 원론적인 난상토론 혹은 상투적인 멜로드라마로 남을 수도 있었을 이 ‘애매한’ 이야기가 어떻게 가슴 저리는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 되는지, 그 하룻밤의 재회가 얼마나 절실한 상념을 일으킬 것인지 당신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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