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혁명은 대체 어디에 있나 <실록 연합적군>
2008-05-08
글 : 오정연

United Red Army│2007│와카마츠 코지│190분│일본│오후 5시│전주 시네마 8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실화다. 붉고 굵은 제목이 작렬하는 첫 화면 이후. 1960년부터 시작된 일본 학생운동의 연대기는 다섯명의 적군파가 아사마 산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긴박한 편집과 장중한 내레이션, 개개인의 소속과 나이와 실명을 밝히는 자막이며 흑백의 실제 자료화면과 이후 연출된 화면의 비율은 자연스럽게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간다. 기나긴 프롤로그가 언제쯤 끝나려나 싶은 어리둥절함 속에 정신을 차려보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연합적군의 동계 군사훈련기지의 지독한 밀실까지 흘러들어왔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운동에 투신한 동지들은 ‘공산주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자아비판을 강요한다. 질투는 의심으로, 의심은 아집으로, 아집은 처형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추락. 퇴직금을 헌납하고 아내와 아이까지 산으로 끌어들인 적군파의 초기멤버도, 임신 8개월의 임신부도 예외는 없다. “살고싶다”고 울먹이는 여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얼굴을 구타하게 만든 이들의 무표정한 클로즈업까지 이르면 인간에 대한 지독한 비관으로 끓어넘치는 스크린을 그저 외면하고 싶어진다. 여전히 결의에 찬 내레이션이며 끔찍하게 무표정한 자막까지 객관을 위한 모든 장치가 소름끼칠 따름이다. 60년대 혁명의 열기를 성과 폭력, 정치를 키워드 삼아 관통했던 핑크영화의 대부 와카마쓰 고지가 걸어온 길을 기억한다면, 자멸의 실록(實錄)이라 할 만한 이 영화의 대담한 증언은 그야말로 대단할 따름이다. “혁명은 대체 어디에 있나”라던 앳된 학생의 울먹거림은 비어져나온 연민일까, 에누리없는 비판일까. 확실한 건 70대의 노장이 자신이 포함된 과거에 대해 변명과 미화와 망각과 왜곡을 치열하게 거부하는 그 태도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술적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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