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안태준] “두 감독님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한 적도 많았다”
2008-07-02
글·사진 : 강병진
<강철중: 공공의 적1-1>의 안태준 조감독

안태준 조감독은 <강철중: 공공의 적1-1>(이하 <강철중>) 제작의 숨겨진 열쇠다. 대학신입생 시절 장진 감독의 단편 <극단적 하루> 연출부 막내로 시작해 <킬러들의 수다>와 <묻지마 패밀리>를 거쳐 <박수칠 때 떠나라>를 지나 <거룩한 계보>와 <아들>의 조감독을 맡았던 그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진 감독이 쓰고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강철중>의 조감독이다. 촬영 내내 두 감독 사이에서 이중간첩 노릇을 해야 했던 안태준 조감은 두 감독의 팽팽한 의견을 은근슬쩍 조율하는 역할도 해야 했을 것이다. “장진 감독님께는 특히 거짓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아마 영화 보시고서 많이 놀라셨을 텐데, 걱정스럽다. (웃음)”

-어쩌다 <강철중>에 참여하게 된 건가.
=<아들>을 끝내고 있던 도중에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하셨다.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더라. (웃음) 대충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린 뒤 바로 장진 감독님을 찾아갔다. 장 감독님도 “안 하면 좀 힘들 텐데…’라고 하시더라. (웃음) 고민을 해보다가 장 감독님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서 하겠다고 했다.

-장진 감독의 입장에서는 스파이를 꽂아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글쎄… 사실 현장의 상황을 거의 실시간 중계해드렸다. 가끔씩 중요한 촬영이 있을 때는 먼저 전화를 주셔서 “내 시나리오대로 찍었냐?”고 물으시더라. 솔직히 그런 경우에는 사실대로 말씀 안 드린 게 꽤 된다. (웃음)

-대부분의 작품을 장진 감독과 함께했는데, 강우석 감독과 일하는 건 적응이 쉽던가.
=첫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 강 감독님이 성격 급하신 건 알고 있었는데, 장 감독님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찍으시더라.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감독님께 쉽게 말을 걸기도 무서웠고. (웃음) 결국에는 그래 한번 싸워보자는 심정으로 많이 묻기도 했고, 대들기도 하면서 촬영했다.

-사실상 두 감독님을 한꺼번에 모셔야 하는 일이었겠다.
=감독님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한 적도 많았다. 강 감독님은 콘티를 짤 때나 촬영을 하는 중간에도 장 감독님한테 미세한 대사를 수정해달라고 하셨다. 그러면 장 감독님은 자신이 이런 것까지 하게 되면 영화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 같다며 일부러 내 전화를 안 받곤 하셨다. 그 사이에서 강 감독님한테는 금방 보내주신다고 했다고 거짓말하고, 남몰래 혼자 장 감독님한테 다시 전화 걸고…. (웃음)

-유치한 질문이지만, 강우석 감독도 똑같이 물어봤다더라. 강우석 감독과 장진 감독 둘 중에 누가 좋나.
=그걸 항상 물어보시더라. 사실 앞에 있는 감독님이 누구냐에 따라 대답이 달랐다. (웃음) 한번은 두 감독님이 한자리에 있을 때 물어보셨다.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강우석 감독님이 “지금 그 눈빛은 장진이 좋다는 거였어”라고 핀잔을 주셨다. 그냥 ‘네’ 그러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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