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여러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본인은 제갈공명 말고 다른 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뭔지.
=아마도 내 자신이 그만큼 지혜롭고 똑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제갈공명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영웅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전투를 잘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갈공명은 지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번도 지혜로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적벽>의 출연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명장>을 찍고 있었다. 몸을 써서 전쟁을 하느라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웃음), 머리를 써서 전쟁을 한다기에 흥미로웠다.
-영화에는 지략가가 두명이다. 제갈량과 주유. 둘은 똑같이 지혜롭다. 차이라면 주유는 현장을 뛰고 제갈량은 뛰지 않는다는 것뿐인데 두 인물을 분별하는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 둘을 모두 지혜로운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 일반적으로는 둘이 서로를 견제했다고 알려졌는데, 감독은 그 둘 모두를 지혜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갈량이 손권을 찾아가 참전을 설득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장첸과는 이번 작품이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린 같은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데뷔 시기도 비슷하다. 내가 가수로 활동할 때, (불쑥 장첸에게) 너도 그때 음반 냈었지? (장첸, 얼굴 붉어지더니 제발 그 얘기 좀 하지 말아달라며 손사래. 일동 웃음) 우리 둘 다 대만에서 같은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나도 처음에 가수로 시작했다가 왕가위 감독의 배우로 일하면서 가수 일을 접었는데, 나처럼 가수 활동했던 장첸이 배우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 알게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제갈량과 손권의 그 장면은 <적벽대전>에서 나의 첫 촬영이었다. 첫 촬영부터 대사도 엄청 많고 고대 사극의 복장도 해야 해서 긴장이 많이 됐다. 게다가 오우삼 감독이 눈앞에 있고. 여러모로 낯설었는데 장첸을 보는 순간 반갑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장첸은 당신에 대한 첫인상으로 “너무 잘생겨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속으로 감탄만 했다”고 말했다.
=(장첸에게) 너도 잘생겼어. (웃음)
-양조위와는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
=<중경삼림>이 처음이었는데 그땐 만난 적도 없다. 서로 스치는 장면이 있어도 얘기는 한번도 안 했고 그와 처음으로 인사한 건 양조위가 음반을 냈을 때다. (일동 폭소) 그때 치마 같은 옷차림으로 무대 위에 섰을 때. (웃음) <상성>에서 처음 제대로 같이 연기했을 때 그의 눈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난 긴장했다. 지금도 그가 현장에서 캐릭터에 몰입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랍다.
-진가신, 장쯔이와 함께 <웨이팅>이란 작품을 준비 중이라던데.
=그 작품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 지난번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내가 캐스팅된 거 맞냐고 물었더니 아직 영화화할 결정도 안 내려졌다고 하더라. 감독이 원작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꼭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지금은 스케줄 때문에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
-그럼 다음 작품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일단은 <적벽대전> 홍보에 매진하고 올 겨울 일본에서 찍은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에 그것에 신경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