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손권이 왜 전쟁을 피하려는지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지 않는다. 손권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해했나.
=내가 이해한 손권을 만약 현대에 적용한다면 그는 매우 지혜로운 지도자 또는 국가의 관리자가 되었을 것 같다.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사람 중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이용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전쟁을 주저한 이유는 당시 오나라가 비록 작은 땅덩어리이긴 하나 충분히 부유했고 백성들도 평안히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걸 깰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전쟁을 선택한 건가.
=(옆에 앉은 금성무, “제갈량이 속여서”. 일동 웃음) 제갈량은 손권과 조조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알고서 그에 맞춰 계략을 짠 것이다. 그러니까 손권이 제갈량에게 속은 거다. (웃음)
-손권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전에 고전극을 찍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 점에서 우선 흥미를 많이 느꼈고, 손권의 역할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가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봤다. 조조에 대한 막강한 공포. 감독은 배우들에게 역할을 줄 때 역할마다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내가 생각할 때 손권은 두려움과 그것에 맞서는 용기를 드러내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집을 짓는 게 개인적인 꿈이라고 말했는데, 특별히 ‘집을 짓는’ 게 꿈인 이유가 있는지.
=그냥… 그게 왠지 남자다운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웃음) 내가 말하는 건 내 손으로 직접 뚝딱뚝딱 집을 짓는 것이다. 외국엔 그렇게 자기 집을 짓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한번 집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 장난감 블록을 갖고 뭔가 모형을 맞추는 걸 좋아했다. 어른이 됐으니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보면 멋지지 않을까 싶고.
-오우삼 감독과 차기작 <1949>도 같이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세 커플이 등장하는 시대극 멜로이고 송혜교가 출연한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영화인가.
=아직 시나리오 완고가 나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
-오우삼은 어떤 감독인가.
=배우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배우만의 공간을 허락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우삼 하면 일단 액션을 잘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접해보면 액션신의 촬영보다도 사람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세심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인간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양조위와 금성무 두 배우에 대한 인상을 말한다면.
=현장에 있으면 모두 굉장히 조용한 배우들이다. 그만큼 몰입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금성무는 나보다 훨씬 선배다. 음반도 나보다 먼저 냈고(웃음) 게임도 직접 설계, 디자인해서 출시한 적도 있고 일본에서 드라마도 찍었고, 뭐든 한발 앞서서 이루고 재능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양조위는 배우로서 전형적인 모범 답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 배우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옆에 있으면 분위기에 전염돼 나도 내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천하무쌍>이란 영화를 같이 찍다가 당구를 함께 칠 일이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틀더니 <동사서독>의 대사를 막 외우기 시작했다.
-왜 그런 건가.
=(양조위, “나도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나는데”.) 그게 무슨 이유였는지 나중에야 깨달았다. <동사서독> 같은 영화는 깊이 알고 대사도 완벽하게 외우고 있지 않으면 배우가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영화였다. 그는 그런 걸 다 알고 그런 행동을 한 거다. 이 사람이 올라간 높이는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