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엘살바도르 내전의 아이들, <이노센트 보이스> 첫 공개
2008-08-25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이노센트 보이스>

일시 8월 20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장소 씨너스 단성사 8관

이 영화

지금도 전세계 40여개국 이상에서 3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분쟁지역에서 군인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1980년대 중반, 12살이 되면 정부군과 반군 둘 중 한곳에 끌려가게 되는 엘살바도르 내전의 한복판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이노센트 보이스>의 마지막 자막이다. 병든 사회의 최초, 최고의 피해자는 바로 어린이다.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는 11살 소년 차바(카를로스 파디야)는 어느 편에서 총을 잡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피쇼테> <시티 오브 갓> <살바도르> 등 내전과 폭력으로 얼룩진 중남미를 그린 영화와 달리 아직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폭력을 체화하지 않은 소년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어 진행되는 방식이 더욱 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8월 28일 개봉

100자 평

<이노센트 보이스>는 엘살바도르 내전을 배경으로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흔히 전쟁과 어린이를 다룬 영화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신파로 흐르거나, 선동에 머물거나, 어린이의 순수함과 무고함을 강조하여 전쟁의 잔혹함과 대비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노센트 보이스>는 신파, 선동, 어린이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등이 없는 3무 영화이다. 일상의 공간인 집과 학교에서 총격전을 겪는 삶을 체험하게 하면서도, 어머니가 눈앞에서 장렬히 죽는 것 같은 극적인 신파를 연출하지 않는다. 소년은 미군의 껌을 좋아라 받아먹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우려가 무엇인지 곧 알아차린다. (<청연>에서 어린 박경원이 일본군의 행렬을 보면서 닌자를 떠올리며 좋아했다는 나레이션은 믿기 어렵다. 아이의 상상계도 어른들의 상징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제국주의가 뭔지, 침략전쟁이 뭔지 모르는 아이라 할지라도 총칼로 무장한 외국군은 무섭기 마련이다.) 소년은 군대에 끌려가느니 게릴라에 자원하기도 하지만,총을 들려는 순간 상대가 소년병임을 알고 총을 쏘지 못한다. (그가 총을 쏘았다면 영화는 게릴라 선동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영화는 전쟁의 잔혹함이나 80년대 미국의 괴뢰정부를 통한 남미 통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전세계 3만명의 소년군의 처지등을 비판적으로 전달해주지만, 그저 고발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적 완성도나 미학적 성취 또한 놀라울 정도이다. 단언컨데, 헐리우드에서 <남자가 사랑할때>, <병속에 담긴 편지> 등 범작을 만들어온 루이스 만도키 감독을 괄목상대하게끔 하는 걸작이다.
-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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