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봅시다] 아기 고양이 구구와 함께 하는 삶의 행로
2008-10-16
글 : 정재혁
이누도 잇신이 스크린에 그린 소녀만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목이 우거진 저 공원은 어딘지, 자매처럼 붙어다니는 코믹한 느낌의 트리오는 누굴지, 극중에 등장하는 고운 선의 만화는 따로 출신이 있는 건지 등등. ‘고양이 감성’이란 말로 묶일 만한 이 카테고리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궁금한 몇 가지들.

1. 원작자 _ 오시마 유미코

<구구는 고양이다>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만화는 24년조(쇼와 24년(1949년) 앞뒤로 태어난 소녀만화를 주로 그리는 만화작가를 가리킴)라 불리는 소녀만화의 대가 오시마 유미코의 작품인데 이누도 잇신은 오시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표해왔다. 이누도 감독의 대학 시절 연출작 <빨간 수박, 노란 수박>과 2000년작 <금발의 초원> 역시 오시마의 만화가 원작이며, 이누도 감독은 <메종 드 히미코>의 출발점도 오시마의 <넝쿨 장미 넝쿨 장미>라 밝힌 바 있다. 오시마 유미코의 만화는 가는 선의 인물과 섬세한 스토리가 특징이다. 이누도 감독은 “오시마의 만화는 어떤 시점, 어떤 선택을 취할 것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상이 180도 변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오시마의 작품이 예뻐 보이기만 하는 그림을 넘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철학”을 그리고 있음을 뜻한다. <포라의 눈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일본만화가협회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만화가다.

2. 영화 주인공 아사코 _ 고이즈미 교코

영화에서 만화가 아사코를 연기한 건 80년대 일본 TV를 들썩이게 했던 아이돌 가수 고이즈미 교코다. 1981년 <일본테레비>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탄생>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진출한 고이즈미는 1982년 <나는 16살>이란 노래로 열여섯 나이에 가수 데뷔했다. 콩콩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까지 40장이 넘는 싱글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연기는 1982년 방영된 <NHK> 드라마 <고개의 군상>이 데뷔작. 이후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공중정원> 등에 출연했으며,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화사하고 밝은 외모로 스캔들도 많았는데 1995년엔 배우 나가세 마사토시와 결혼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2월 이혼했고 이후에도 작고 큰 스캔들로 자주 신문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2006년 영화 <사쿠란>이 이혼 뒤 첫 공식활동 작품이다.

3. 수상한 3인조? _ 개그 트리오 모리산추

아사코의 듬직한 어시스턴트이자 나오미(우에노 주리)의 작업실 동료 3인은 일본의 개그 트리오 모리산추다. 이름은 오오지마 미유키, 무라카미 도모코, 구로사와 가즈코. 셋은 일본 개그계의 최대 소속사인 요시모토 흥업이 설립한 개그 아카데미 NSC의 4기 동기생으로 1998년 결성됐다. 땅꼬마, 안경잡이, 돼지라는, 개그 트리오로선 조금도 부족할 것 없이 안정적인 포맷으로 구성된 모리산추는 데뷔 초기부터 개성있는 캐릭터로 어필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성 개그맨 그룹 중 하나가 됐다. 일본에서 개그는 농담이나 말실수를 응용해 웃음을 주는 보케와 여기에 맞장구를 치거나 적절하게 응수하는 쓰코미로 나뉘는데 오오지마와 구로사와가 보케, 무라카미가 쓰코미 역할이다. 그래서 이들의 개그를 보면 무라카미가 나머지 둘의 머리를 때리거나 가슴을 두들기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4. 도쿄인의 로망 _ 기치조지 거리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거리 기치조지는 <구구는 고양이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지유가오카, 후타고 다마야와 함께 도쿄인들에게 항상 살고 싶은 곳 랭킹 상위권에 드는 이곳은 도쿄도 무사시노시에 위치한 동네. 도쿄 중심에선 지하철로 30여분 갈 정도로 외곽이지만 이곳엔 수목이 풍성한 이노카시라 공원뿐 아니라 쇼핑 거리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 에도시대부터 서민이 줄곧 살던 동네라 일본 특유의 가옥들이 멋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엔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모여든다. 재즈 클럽과 라이브하우스가 많아 오오도리 근처엔 재즈, 록의 거리도 형성되어 있다. 기치조지에 작업실을 가진 만화가들이 많아 <전영소녀> <GTO> <Cafe 기치조지에서> 등 기치조지를 배경으로 한 만화도 많으며, <주간코믹팻치>의 편집부의 주소도 기치조지다. 국내에선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게 전시되어 있는 지브리 미술관으로 가는 산책길로도 유명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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