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의 퇴마사 최강
2008-11-19
글 : 김도훈
치매든 알타리무든 그게 다 악마의 소행

-환장하겠네요. 그 꼴로 귀신은 잡으시겠습니까?
=환장하겠다고요? 귀신이 든 모양이군요. 엑소시즘을 실행하겠습니다. (주문을 외운다. 잘 들어보니 성경 구절이다)

-아니아니 잠깐만. 물론 환장은 한자로는 換腸. 정신이 나가다는 뜻이긴 하지만 귀신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퇴마사라는 사람 꼴이 그 모양인데 뭔 귀신을 잡나 싶어서 그냥 해본 소립니다. 제발 그 검 좀 치우라!
=흠. 그래도 아쉽네요. 제 장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러든가 말든가요.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짓을 하시게 된 겁니까.
=20년 전에 탕에게 살해당한 아버님도 퇴마사였습니다. 간단해요. 복수를 위해서 가업을 물려받은 거예요.

-그럼 퇴마 능력도 대머리나 폐암처럼 핏줄로 유전되는 건가요? 계룡산에 들어가서 폭포 아래서 단련하고… 뭐 이런 건 안 해도 돼요?
=계룡산이라고요? 그런 잡귀와 이단들이 몰려드는 지역에서 훈련을 어떻게 합니까. 저는 교회 근처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합니다. 얼마 전에 아는 교회 목사님이 갖고 계시던 청담동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싸게 양도받았거든요.

-아 네. 물론 그러시겠죠.
=참. 정신 단련도 퇴마사에게는 중요한 하루 일괍니다. 용한 목사님이 진행하시는 구마의식(驅魔儀式)에도 꼬박꼬박 참가하고요, 물론 저도 많이 도와드립니다. 얼마 전에는 일산의 한 아파트에 갔다 왔습니다. 신앙심 깊은 여신도의 시어머니가 귀신에 들렸다더라고요. 가봤더니. 오 마이 갓. 악마가 아주 깊숙하게 침투한 것 같았습니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며느리도 못 알아보고요, 과거도 기억 못하고, 한번 집 나가면 길도 못 찾고, 더 끔찍한 건. 오 주여. 자기 배설물을 손으로 잡아서 벽에 칠하더군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꼬박 시어머님을 차가운 욕조에 담그고 계속 온몸을 칼등으로 치면서 악마를 퇴치했습니다. 악마가 너무 강해서 아직도 여러 달 남았습니다.

-헉. 그런데 말입니다. 그거. 제가 듣기로는 치매 증상 같은데요. 알츠하이머 말이에요. 병원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치매든 알타리무든, 그게 다 악마의 소행입니다. 신앙이 깊지 못하면 악마가 몸에 침투하게 되어 있어요. 몸의 건강도 마음의 건강도 신앙으로 지켜야 하는 겁니다. 요즘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 부모가 악마 퇴치 상담을 하러 종종 오곤 합니다. 그게 다 신앙심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의 머리를 저급 악마들이 괴롭혀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군요. 경찰에 당장 신고를 하고 싶긴 하지만 인터뷰는 끝내야 하니 잠시만 참겠습니다. 휴. 주여. 그나저나 그 탕이라는 악령은 뭐예요. 하긴, 영화를 본 독자가 거의 한명도 없을 테니 조금 설명을 해야겠군요. 최강씨가 쫓는 악마의 이름이 ‘탕’이잖아요. 그리고 사람들 몸을 갈아타면서 강간도 하고 살인도 저지르고 말이에요. 근데 걔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악마랍니까?
=카인이 아벨을 죽이면서 세상에 나왔어요. 영화 <엑소시스트> 생각나십니까? 그놈이 바로 이놈 이종사촌이에요.

-근데 탕이 굳이 사람 몸을 빌려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아니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왜 그 대단하시다는 악마놈은 서울로 상경 안 하고 첩첩 시골 ‘화곡리’ 주민들 사이만 맴돌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거예요?
=그건 시골 사람들이 신앙심이 얕아서죠. 시골에 가면 아직도 서낭당이나 장승 같은 게 서 있잖습니까.

-하긴. 제작비가 없어서 시골에서 찍었다고 실토하는 건 좀 쪽팔리시겠죠.
=왜 그렇게 삐딱하십니까. 이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을 모독하시는 건가요.

-수많은 관객? 농담도. 전국 교회에서 단체 관람이라도 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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