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펠햄 123> 폭주하는 지하철을 막아라
2009-03-31
글 : 김도훈

<펠햄 123> The Taking of Pelham 1 2 3
감독 토니 스콧 출연 덴젤 워싱턴, 존 트래볼타 개봉 6월11일

비스티 보이스는 <Sure Shot>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러니까 이건 테이킹 오브 펠햄, 원, 투, 스리!”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잘 모르겠다. 그들의 속사포 같은 랩에 꼭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비스티 보이스의 랩이 70년대 고전 스릴러에 오마주를 바치고 있다는 거다. <테이킹 오브 펠햄 원 투 스리>(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는 모튼 프리드굿이 1973년에 출간한 스릴러다. 소설이 히트하자 이듬해인 197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고, 1998년에는 TV영화로 리메이크됐다. 그리고 올 여름 토니 스콧은 오래된 고전을 거대 자본의 액션블록버스터로 리메이크했다.

대체 뭔 이야기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덤벼드냐고? <펠햄 123>은 지하철 납치범에 대한 이야기다. 버나드 라이더(존 트래볼타)를 리더로 한 일단의 범죄자들이 뉴욕의 지하철 한량을 납치한다. 그리고 1시간 안에 100만달러를 보내지 않으면 승객을 한명씩 살해할 거라 협박한다. 뉴욕시 지하철 운행관리자인 재커리 가버(덴젤 워싱턴)는 인질을 구하기 위해 경찰을 도와서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벌여야만 한다. 문제는 이거다. 지하철은 완벽하게 지하에 갇혀 있는 세계다. 100만달러를 받은 납치범들은 어떻게 도주할 것인가.

<펄햄 123>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굳건한 장인들의 이름이다. 토니 스콧은 중급 액션영화 감독으로 조금 하향평가돼왔지만 <데자뷰>와 <맨 온 파이어> 같은 최근작은 정말이지 노련한 장인의 솜씨였다. 오랜만에 액션영화에 뛰어든 덴젤 워싱턴과 존 트래볼타의 무게감도 기대해볼 만하다. 문제는 어째 좀 고색창연해 보이는 이야기다. 이건 데이비드 코엡의 솜씨를 믿는 수밖에 없다. <우주전쟁>과 <패닉 룸>의 시나리오작가 코엡은 휴대폰과 GPS 같은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70년대 스릴러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해진다.

참. “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는 브롱크스의 펄햄베이 파크 스테이션에서 1시23분에 떠나는 지하철의 콜사인이다. 이건 혹시 123km로 질주하는 지하철을 의미하는 걸까? 원작에서 납치범들은 지하철을 최대속도로 폭주하게 만든 뒤 달아난다. 누군가는 폭주를 막아야만 한다. <펄햄 123>은 아날로그 액션이 사라진 포스트 9·11 시대의 새로운 <스피드>가 될지도 모른다.

UP/ 토니 스콧, 덴젤 워싱턴, 존 트래볼타, 데이비드 코엡.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이름들.
DOWN/ 지하철 액션이라고? <스피드>와 <스파이더 맨2>에서 볼 거 다 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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