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파리] <추격자>, 친숙해서 아쉽더라
2009-04-22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2008년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추격자>가 지난 3월18일 파리에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는 개봉 4주가 지난 오늘까지도 프랑스 전국 20개관에서 지속적으로 상영 중이다. 지난 4월14일 월요일 부활절 저녁. <추격자>를 보고 나오는 에르베 뒤퐁과 엘리자베스 HY 커플을 만났다. 연인 사이인 줄 알았더니 두 사람은 사무실 동료란다.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보러 오게 되었나.
=(두 사람 동시에) 예고편이 너무 훌륭했다!
=엘리자베스 HY/ 박진감 넘치는 화면과 편집에 끌렸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폭탄’(La nouvelle bombe coreenne)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고.

-평소 한국영화를 좋아하나. 만약 좋아한다면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엘리자베스 HY/ 미안하지만 한국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영화를 발견해보고 싶었다.
=에르베 뒤퐁/ <생활의 발견> <괴물>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을 봤다.

-한국영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니. 다른 한국영화들에 비해 <추격자>는 어떤가.
=에르베 뒤퐁/ 솔직하게 말해 약간 실망했다. 왜냐하면 <추격자>는 배우들이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촬영된 것을 제외하면 스토리나 인물 구성이 여타의 할리우드 연쇄살인마 영화와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너! 무! 친숙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친숙하다니 좀더 부연 설명을 해줄 수 있나.
=에르베 뒤퐁/ 잘 설명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중국영화나 일본영화에는 나라별로 특이한 연기 방법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영화 속 배우들은 아주 서양화(Occidentalized)된 느낌이다.

-전체적인 영화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특별히 좋았거나 싫었던 시퀀스가 있다면 얘기해주기 바란다.
=엘리자베스 HY/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게 봤다. 앞에서 말했듯이 특별히 고민할 필요없이 휴일 저녁에 친구들과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좋아했던 장면은 초반 경찰서 장면과 서울의 골목길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물론 추격장면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범인이 여자를 살해한 상점에 그를 쫓던 (과거의) 경찰이 나타나 희생당한 여자가 살아 있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필요없이 추가된 느낌을 받았다.
=에르베 뒤퐁/그녀의 의견에 공감한다. 서울의 밤 골목길 장면은 미학적으로도 가치있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골목길 장면을 보면서 파리 몽마르트르의 비탈진 골목길을 생각했다(그들의 사무실은 몽마르트르 근처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엘리자베스보다는 좀 ‘덜’ 영화에 집중한 편이다. 영화 초기에는 손에 땀을 쥐면서 봤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감이 극도로 떨어졌다. 영화 전체적으로 공권력의 무능력함을 많이 보여주지만, 어떻게 그런 식으로 범인을 풀어주는 게 가능한지…. 또 범인이 어떻게 우! 연! 히! 희생자가 있는 가게에 들르게 되는지… . 모든 것이 뒤로 가면서 너무 우연에 기댄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더 할 말 없나.
=엘리자베스 HY/ 앞으로 한국영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고 있던 매력있는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에르베 뒤퐁/ 한국영화의 기술적인 면은 프랑스영화의 그것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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