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게이영화 찍기 참 어렵네요
2009-08-18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김성훈
거센 항의 속에 촬영했던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로맨스 <친구사이?>

“오늘 잡혀갈지도 몰라요.”(웃음)

지난 8월5일 광화문광장, <친구사이?>의 엔딩신 보충촬영을 앞둔 김조광수 감독의 엄살 아닌 엄살이다. 찍어야 할 장면이 키스신이기 때문이다. 흔하디 흔한 게 키스신인데 뭐 그리 걱정이냐고? 영화의 주인공인 석이(이제훈)와 민수(서지후)의, 그러니까 ‘남남커플’의 입맞춤인 것. 군에 입대한 연인 민수를 면회하러 갔다가 예고도 없이 찾아온 민수의 어머니 때문에 졸이는 석이의 안타까움만큼이나, 여관방에 함께 누운 어머니 몰래 서로를 탐하고 싶은 가슴 벅찬 욕망만큼이나 간절함이 묻어나야 한다. 그것도 엑스트라가 아닌 실제 군중 사이로 들어가서 말이다. “원래는 새벽에 아무도 없는 종각에서 찍었다. 그렇게 찍어보니 약하더라. 뭔가 감성이 폭발하는 게 있어야 했다. 그게 바로 사람 많은, 서울의 심장부에서 남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하는 것이다”는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괜한 엄살은 아닌 듯하다.

관건은 역시 찍어야 할 컷들을 순서에 맞게 최대한 빨리 찍고 빠지는 것. 혀만 끌끌 차면 다행이련만 쉽게 볼 수 없는 키스신에 벌어질 수 있는 돌발상황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 첫 테이크 만에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 컷.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좀 그렇지 않나요?”라는 광장 관리인의 지적이다. 두 번째 테이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컷. “하늘이 보고 있고, 아이들이 보고 있다. 원래 한국이란 나라가 이런가”라는 한 외국인의 거센 항의다. 결국 감독은 앵글을 바꿔 사람 적은 공간으로 대체하는 긴급처방을 내린다. “게이영화 참 찍기 어렵네요”란 푸념과 함께.

“전작인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20대 성장담 격”인 <친구사이?>는 “동성애 커플만의 관계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게 되는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다룬”다. “진지하고 무거운 다른 퀴어영화와는 달리 발랄하고 즐겁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 영화는 올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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