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쌍둥이를 동시에 사랑해봤어요?
2009-08-25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류훈 감독의 <비밀애> 촬영현장

“감독님, 한번 더 가시죠!”

붐 마이크가 걸린 것 같다는 스탭의 말에 류훈 감독이 모니터로 확인하려 들자 유지태가 그러지 말고 다시 찍자고 한다. <비밀애>의 45회차 촬영이 이뤄진 8월17일,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당. 섭씨 35도 뙤약볕 아래 테이크가 계속되면서 보조출연자들의 입은 삐죽댔지만 유지태만은 예외였다. 눈으로 NG를 거듭 확인하는 것보다 몸으로 OK를 다시 만드는 것이 한여름 촬영장에서 시간과 체력을 절약하는 노하우여서만은 아닌 듯했다. “오늘 결혼식이 영화 속에서 가장 밝은 장면이에요.” 이날 촬영은 신랑 진우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하객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 유지태의 설명은 결혼식 날 주인공인 신랑이 힘이 빠져 있으면 되겠느냐는 반문처럼 들렸다.

제작진이 공개한 결혼식 장면만 놓고 보면 <비밀애>는 로맨틱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은 쌍둥이 형제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여자 연이(윤진서)의 이야기다. 신혼의 단꿈도 제대로 꾸지 못한 채 진우는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연이는 뒤늦게 나타난 진호가 남편 진우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쌍둥이 형제 캐릭터는 <데드링거> <쌍생아>를, 금기를 넘나드는 드라마는 <중독> <외출>을 연상케 하는 <비밀애>를 두고 류훈 감독은 “사랑의 본질을 캐묻는 영화”라고 말한다. “나도 대학 시절 쌍둥이 자매를 사랑한 적 있다. (웃음) 처음엔 동생을 좋아했다가 나중에 셋이서 밥 먹은 적이 있는데 내가 이 여자를 왜 좋아하고 있지 싶더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때 기억이 났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어?’ 연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이 질문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 그런 점에서 ‘비밀애’는 비밀스러운 사랑을 캐내기보다 사랑의 비밀스러움을 파고드는 영화다.

“사실 걱정이 좀 되긴 한다. <인어공주>의 시골녀와 도시녀처럼, 관객은 1인2역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는데 <비밀애>는 설정상 쌍둥이 형제가 닮은 듯, 닮은지 않은 듯해야 하니까. 그래야 연이가 헷갈려하고.”(유지태) “사람들이 살면서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연이는 남들 앞에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똑같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캐릭터는 아니다.”(윤진서) 배우들의 이야기만으론 <비밀애>는 비밀투성이다.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별나진 않은 두 남녀, 아니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지는 조금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투자사인 한컴이 직접 제작하는 <비밀애>는 올해 하반기에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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