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cine scope] 교도소 그녀들의 반란
2009-11-17
사진 : 최성열
글 : 이주현
김윤진·나문희 주연의 <하모니> 익산 촬영현장

“나마에! 나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무대 위 합창단원들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에 빗대 나마에를 외친다. 합창단 지휘에 푹 빠져 촉촉하게 물기까지 머금었던 문옥(나문희)의 눈가에 수줍은 웃음이 번진다. 죄수복을 벗고 진주색 드레스를 곱게 입은 청주여자교도소 5호방 사람들, 정혜(김윤진), 연실(박준면), 화자(정수영), 유미(강예원) 그리고 교도관이자 피아노 반주를 맡은 나영(이다희)까지 따라 웃는다. ‘컷’ 이후의 상황임에도 연기가 계속되는 느낌이다.

지난 8월13일, 전라북도 익산의 한 교회에서 진행된 영화 <하모니>의 41회차 촬영현장. 전국 여성합창대회에 초청받은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공연장면이 촬영 중이었다. 음지에서 양지로 한 걸음 내디딘 교도소 합창단원들이 가족을 앞에 두고 노래하는 떨리는 무대다. 이들이 부를 노래는 <그대 있는 곳까지>. 촬영 일정이 빠듯해 오전에 현장에서 바로 녹음이 이루어졌다.

곡은 정혜의 독창으로 시작되는데 그 첫 소절에 긴장감이 잔뜩 배어 있다. 정혜는 임신한 채 수감돼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고, 18개월 뒤 아이를 입양 보내는 슬픈 사연의 캐릭터다. 하지만 합창단에선 “지독한 음치”. 음치 연기가 “이상할 정도로 너무 쉬웠다”는 김윤진은 “처음부터 음을 높게 잡으면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갈라지게 된다”며 연기 방법까지 일러준다. 그러나 지화자 역의 정수영은 “어제 노래 연습하고 오늘 바로 녹음했는데 퀄리티가 이 정도”라며 “출연배우들이 워낙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그 자리에서 멜로디 바꾸고 화음 넣어도 다 따라한다”고 동료들을 띄운다. 그중에서도 연실 역의 박준면은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그녀는 촬영현장에서 곡 편곡은 물론 나문희의 지휘 선생까지 도맡았다. 물론 노래도 “소름끼치게” 잘한다. 그런 주위의 칭찬에 박준면은 “악기로 치자면 콘트라베이스 같은 역할이다.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중요한 포지션이니까 조화롭게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메가폰은 <해운대>의 조감독을 지낸 신인 강대규 감독이 잡았고,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제작자로 나섰다. 여자교도소라는 생소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모니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줄 영화” <하모니>는 내년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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