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뉴욕] 공포는 좋은데 내장 쏟아지는 건 별로…
2010-03-31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근래 몇해 동안 미국에서는 할리우드화된 호러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10대 소녀를 타깃으로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10대, 20대 남성팬을 대상으로 한 <쏘우> 등의 하드코어 호러 시리즈로 양분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크레이지>가 개봉돼 클래식 공포영화로 단련된 정통 호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그간 <불편한 진실>이나 <푸드 주식회사>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발표해온 ‘파티시펀트 미디어’가 제작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맨해튼의 한 극장에서 <크레이지>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을 만나보았다.

-이름과 직업을 물어봐도 될까.
=레녹스 조슬린. 뉴욕의 록펠러 대학교에서 사무용품을 비롯한 기타 자재 구입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나.
=무척 재미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출연배우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며 결국에는 둘만 남는 것이나, 미스터리한 열린 결말도 그렇고. 호러영화에서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일부에서 <크레이지>가 좀비영화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고지식한 나만의 규칙을 따르는데, 좀비는 반드시 죽은 다음에 되살아날 경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28일후…>처럼 말이다. 엄격한 규정이라 할 수 있지.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좀비처럼 무섭고 다른 사람을 해치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러니 좀비영화는 아니다.

-영화 중 좋아하는 장면이나 유난히 무서운 장면이 있었나.
=후반부의 트럭 정비소 장면에서 상당한 긴장했다. 솔직히 일부 장면에서는 다른 곳을 보기도 했으니까. 물론 호러영화를 볼 때는 긴장하고 보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깜짝 놀라면 재미있다. 나를 이렇게 놀라게 한 것을 보면 호러영화로서 확실히 임무를 완수한 거지. (웃음) 대체로 다른 호러영화를 볼 때는 거의 움찔하지도 않는다.

-조지 A. 로메로의 1973년작 오리지널을 먼저 봤나.
=아니. 못 봤다. 이 영화를 보니 오리지널이 궁금해져서 찾아봐야겠다. 이번 영화도 예고편 때문에 보고 싶어졌는데, 로메로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더이상 말이 필요없게 됐다.

-원래 로메로 감독의 영화나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나.
=그렇다. 로메로 감독도 좋아하고, 이런 호러 장르의 영화가 개봉하면 되도록이면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주연을 맡은 티모시 올리펀트도 좋아한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와 장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나.
=친구 중에 나 말고도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보는 영화는 같이 못 본다. 호러가 아닌 고어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라…. 같이 가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슈퍼-슈퍼 고어였다. 그래서 <호스텔>이나 <쏘우> 등을 싫어한다. 난 무서운 게 좋지 뱃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내장을 보고 싶지는 않다.

-기다리는 영화가 있나.
=이 영화 시작 전에 예고편이 나왔던 <킥 애스>. 재밌어 보였다. (웃음) 물론 여름에 개봉한다는 <아이언맨2>도!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이 있나.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이다. 8살 때쯤 봤던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어린 나이에?
=(웃음) 안다. 너무 어리긴 어렸다. PBS(공영방송)에서 호러 클래식을 자주 해줬다. 늦은 밤이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PBS>에서 얼마나 무서운 것을 방송하겠냐며 안심했던 거다. 그런데, 그때처럼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정말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클래식 호러영화가 좋아졌다. <노스페라투>도 그 시기에 봤던 영화인데 아직도 무섭다. (웃음) 첫 번째 <나이트메어> 같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초기 작들도 좋아한다. 로메로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도 좋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왓치맨>도 일부러 찾아봤다. 완전히 다른 영화이지만, <새벽의 저주>를 잘 만들었기에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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