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도는 삶>은 베트남 한 가족의 역사를 내밀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2007년 아세안문학상을 수상한 응유엔 티 응옥 투 소설가의 단편 <광활한 논>이 원작으로,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메콩강을 떠돌아다니는 한 가족의 역경을 따르는 영화다. 호치민 정권 시절 시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할아버지를 비롯해 온 가족이 영화인이라는 응유엔 판쿠앙빈 감독을 만났다.
-원작의 어떤 점에 이끌렸나.
=원작 작가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책이 발간되기 전에 미리 받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스토리의 감동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바로 판권을 구입했다.
-아버지, 아들, 딸, 매춘부 역을 맡은 네 배우들의 균형을 잡는 것이 연출의 관건이었을 것 같다.
=아버지 역의 더스틴 응유엔과 매춘부 역의 도 티 하이 엔은 경험이 많은 배우인 반면 아들과 딸 역을 맡은 배우는 신인이었다. 배우들마다 연기 밸런스가 각기 다르다보니 감정선에 관한 지도(map)를 만들어야 했다. 촬영 시작 한달 전부터 배우들과 합숙을 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의 감정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네 배우 가운데 도 티 하이 엔이 연기한 매춘부 ‘수옹’이 실질적으로 극을 이끈다.
=원작에서도 그렇게 묘사됐다. 보통 여자는 자신의 남자를 변화시키지만 수옹은 가족을 움직이는 강인한 여자다.
-가족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베트남 사회의 현실을 알린다. 가령, 아버지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오리 떼가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 말이다.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베트남 영화에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건 금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검열이 완화됐고, 내 영화에서만큼은 사회현실을 드러내고 또 비판하는 설정들을 최대한 많이 심고 싶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베트남 전쟁을 겪은 가족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언제 촬영이 들어갈지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