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엇갈린 인간관계의 긴장감 <참을 수 없는>
2010-10-2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다음 중 누가 누구와 공통항을 갖는지 주의를 기울이자. 그게 <참을 수 없는>의 ‘연애’의 방점이다. 지흔(추자현), 출판사 직원이고 성격이 활달하다. 너무 활달한 나머지 폭력 사고를 친다. 그녀는 야구경기 보기를 좋아한다. 지흔의 가장 친한 친구 경린(한수연), 성실한 의사와 결혼하여 모자람없는 생활을 하지만 어딘가 표정이 지쳐 있다. 실내암벽등반을 배우러 다니는데 뭔가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는 것 같다. 야구경기엔 관심이 없다. 지흔의 남편 명원(정찬), 유년 시절의 가난이 그를 “재수없는 놈”으로 만들었고 일터와 집밖에 모르지만 유일한 취미가 있다면 야구경기를 보는 것과 동네의 실내 야구장에서 배팅연습을 하는 것이다. 동주(김흥수), 명원과 같은 병원의 진단전문의로 일하고 실내암벽등반 전문가이자 여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도전하는 데 능하다. <참을 수 없는>의 주인공인 네 사람의 연애관계는 지흔이 사고를 치고 돈을 다 잃은 다음 경린과 그 남편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동시에 명원과 동주가 직장동료로 친해져 명원의 집을 동주가 오가면서 복잡해진다.
감독의 전작 <싱글즈>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네개의 인물 꼭짓점을 그린 다음 그들 사이의 교차선을 이어가는 재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싱글 여성의 어떤 리얼리티보다는 엇갈린 인간관계의 긴장감이란 쪽에서 더 극화됐다.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관계를 성사시키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대사들은 재미있다. 반면 인물관계의 구도가 워낙 확연하다 보니 한번 놀라움을 준 다음에는 대체로 제자리걸음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걸 탈피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때는 다소 무리하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장면마다의 집중력이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은데 모아놓고 보면 조금 싱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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