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1년 [2] - 김동주, 김미희
2001-12-27

김동주_코리아픽처스 대표

“한국영화 잘하면 홍콩처럼 될 수 있다”

1. <친구>의 흥행결과다. <친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올해 최고 사건이다. <친구>로 인해 그동안 극장가서 표 끊는 걸 잊었던 30∼40대 관객이 영화를 소비하게 됐다. 올해 한국영화가 괄목할 성장을 보인 것도 <친구>의 영향이라고 본다. 지방관객의 비중이 서울의 2배가 넘는다는 것도 <친구>를 통해 보여졌다. <친구>가 없었다면 관객 8천만명 시대가 됐겠는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가 이뤄졌겠는가?

2. 개인적인 사건을 꼽으래도 역시 <친구>다. 2001년은 <친구>를 빼고 얘기할 수 없는 한해였다.

3. 역시 <친구>지만 <친구>를 빼고 얘기하라면 <봄날은 간다>를 꼽겠다. 유지태가 이영애를 찾아가 차를 긁는 장면에서 내 가슴에 탱크가 지나갔다.

4. 극장부율 문제다. 왜 한국영화는 아직 영화사 대 극장의 수익배분이 5:5인가. 흥행이 안 되는 외화는 6:4로 가면서 말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한국영화 제작, 배급사에서 단합해서 D데이만 정하면 될 것이다. 일각에서 조폭영화가 잘된다고 우려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조폭영화라도 재미없으면 안 본다. 한국영화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계에 나갈 스타 감독과 배우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영화 잘 못하면 홍콩처럼 된다는데 난 거꾸로 얘기하고 싶다. 한국영화 잘하면 홍콩처럼 될 수 있다고. 홍콩처럼 할리우드 건너가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지니스를 해야 한다. 너무 가벼운 영화만 잘된다고 우려하는데 그렇다고 흥행이 잘된 영화를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 같이 가는 거다. 지금처럼 가다보면 언젠가 황금분할이 이뤄질 거다.

5. 아버지가 1월에 쓰러지셔서 8월에 돌아가셨다. 그동안 의식이 없으셔서 <친구>라는 영화가 있는지도 모르고 운명하시고 말았다. 마음이 많이 아팠고 많이 울었다. 내 예상과 크게 어긋났던 일은 역시 <친구>의 흥행이다. 개봉 전에 내가 예측한 건 서울 60만, 전국 160만명 정도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가능성이 보였다. 한국영화의 모든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6. <친구>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지만 1천만명을 돌파하는 영화도 나올 거다. 한국영화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관객도 많이 들 거라고 본다. 시장점유율이 50%에서 40%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그건 좋은 일이다.

7. 우리가 투자하는 <챔피언> <일단 뛰어> <연애소설> 등은 당연히 기대한다. 한석규가 출연할 영화도 그렇고. 우리 회사 작품말고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도 보고 싶다. <박하사탕>의 감독이 만드는 멜로영화가 어떤 건지 기대된다. <복수는 나의 것>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공공의 적>도 궁금한 영화들이다.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관객이 뭘 좋아하는지, 이젠 잘 모르겠다”

1.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지어 상승세를 탄 것을 들 수 있다. 굳이 부정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 상업적인 코드와 컨셉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제작자들 스스로 일정한 유행이나 시류를 따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올해 한국영화의 강세에는 상대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볼거리 외에는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올해는 멀티플렉스가 자리잡으면서 잠재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고, 시장이 예년에 비해 커졌다.

2. 예측불허의 한해였다. 전에는 딱 보면 대강 몇만명이다 그랬는데, 올해 흥행작들 보면서 이제는 잘된다, 못 된다 정도만 조심스레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관객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에 만족하는지 잘 모르겠다. 제작자는 만드는 사람과 관객의 기호 사이에서 힘조절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판단이 잘 안 선다.

3. <화산고>다. 큰 기대 안 했는데 CG가 너무 만족스러웠다. 와이어액션도 홍콩영화를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결과라고 본다. 한편 더 꼽자면 <친구>다. 장동건이라는 멋있는 배우가 저렇게 변신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런 영화 한편 더 한다면 제작자로서도 행복하고 관객으로서도 쾌감을 느낄 것 같다.

4. 스탭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 월급제의 경우 제작자로서는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고, 계약 방식 등은 스탭들 내부에서 ‘오야지’와 조수급이 먼저 일치된 견해를 내놓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조속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앞을 내다보는 정책적인 지원도 요구된다. 예를 들면 고전영화들을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에 대해선 정부가 전폭적으로 도와야 한다. 이는 우수한 인력들이 유입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해외 배급 또는 마켓 공략을 위한 제작사들간의 정보 공유 등도 절실하다.

5. 이것저것 챙기느라 잠을 많이 못 잤다. 제작자로서 일차 목표는 손해 안 보는 건데, <선물> <신라의 달밤> 모두 그 목표는 이뤘으니, 뭐. 아쉬움을 굳이 꼽자면, 제작사 차원에서 올해 전국 1천만명 관객동원을 목표로 잡았는데, <피도 눈물도 없이> 개봉이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못한 것이다.

6. 블록버스터 제작 붐은 여전할 텐데, 덩치 크면 흥행은 기본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제작사는 줄어들 것 같다. 올해 나온 몇몇 작품들은 그 많은 예산이 다 어디로 갔지 할 정도로 형편없었고 결과도 신통치 않았으니.

7. <피도 눈물도 없이>는 걱정 안 한다. 두 여자가 가방을 턴다는 설정만으로도 될 거라 예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촬영중인 <재밌는 영화>는 욕먹을 각오하고 만드는 한국영화 패러디 무비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설렌다. 관객의 입장에선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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