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명_명필름 대표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1.특정 장르 영화의 놀라운 흥행. 서울 150만명 전국 3400만명 넘는 영화를 5편씩 배출하는 놀라운 관객 동원력은 제작 규모나 장르 등 가이드라인은 물론 유통, 배급까지 산업적으로도 불가피한 변화를 가져온다.
2.1번 답과 같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생존할 것인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명필름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마케팅 전략이나 작품 선택이 맞을 것인지 이런 흐름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지게 됐다.
3.윤종찬 감독의 <소름>.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가련함, 연민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처연함과 상처에 대한 통찰을 공포영화의 틀에 담아냈다. 극단적 롱숏에서 클로즈숏으로 가는 움직임 등 형식미에서 겉으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모든 컷, 숏, 조명, 음악, 미술이 하나같이 새로웠다.
4.다양성의 상대적 결핍. 예전에는 흥행 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 불가능성이 있었고 예기치 못한 영화가 폭죽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와 큰돈, 대대적 마케팅, 많은 극장을 쏟아붓는 성공의 ‘공식’이 생긴 듯하다. 출발과 끝이 뻔해진 것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위상과 산업적 지위 제고는 긍정적인 면이다. 어느 해보다 문제적 영화, 감독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도 반갑다. 이런 싹들을 구조적 결함으로 질식사시키지 말고 영화인, 정부, 시스템이 협동하여 가능성을 가꿔나가야 한다.
5.<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처음부터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피부에 와닿은 결과는 그보다 더 나빴다. 그렇다고 좌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와이키키…>로 인해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방법론을 더 넓고 다양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보람이다.
6.박찬욱, 홍상수, 임권택 감독 등 신뢰받는 감독들의 신작이 나오는 해고 그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성감독의 활약도 두드러져 위상을 높이는 한해가 될 듯하다. 배급면에서는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양자구도가, 코리아픽처스 등 여러 배급사가 합류한 군웅할거식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의 역할이 축소된다기보다 판 자체가 커질 것이다.
7.<후아유>가 ‘업그레이드된 <접속>’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깜찍한 대중영화이면서도 단순한 상업영화로 보기에는 어딘가 아쉬움을 남기는 완성도 높고 새로운 감수성과 정서를 잡아낸 대중영화를 예상한다. 타사 영화로는 좋은 시나리오에 한창 물오른 세명의 배우가 공연하는 <복수는 나의 것>과 홍상수 감독의 팬으로서 그의 가장 편하고 재미난 작품이 될 듯한 <생활의 발견>을 고대하고 있다.
이강복_CJ엔터테인먼트 대표
“멀티플렉스 개관 때마다 피를 말렸다”
1. 관객증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올해 관객이 8천만명에 이른 게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급속히 늘어가는 멀티플렉스의 영향일 텐데 전체 영화시장이 보이지 않게 굉장히 커졌다. 비디오 시장이 죽고 DVD로 대체되는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영화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영화의 크기도 커졌다.
2. 특별히 발상의 전환을 이룬 계기는 없는 것 같다. <무사>에 투자할 때만 해도 제작비 60억원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100억원대 영화도 나와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3. <엽기적인 그녀>가 괜찮았다. 컨셉이나 제목이 새로웠고 영화도 잘 만들었다. 여러 가지 요소를 잘 조합해서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흥행은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무사>도 좋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괜찮았는데 나이든 사람들이 극장을 잘 찾지 않아서 아쉽다.
4.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잘돼야 하는데 올해는 너무 한 장르에 몰린 것이 아쉽다. 400만명 넘는 영화 5편보다 100만명 넘는 영화 20편이 더 좋은 거니까. 작은 영화가 배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 많은데 그건 그리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장이 관객이 찾는 영화를 걸지 않는 건 아니다. 영화는 대중예술이고 관객이 보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멀티플렉스 새로 열 때마다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극장이 자리를 잡는 데 신경쓰는 건 피를 말리는 일이다. 이번에 <두사부일체>를 배급하지만 <조폭 마누라>를 배급하지 못한 건 좀 아쉽다. CJ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 회사의 모델이 되는, 벤치마킹 대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 의논할 사람도 많지 않다. 올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여름에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를 완전히 눌러버린 일이다. 올해 할리우드 블럭버스터가 아주 세다고 예상했는데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6. <친구> 이후로 불이 붙었기 때문에 2∼3년간 이런 열기가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고 있으며 해외에 팔 수 있는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자금도 풍부하다. 모험도 많이 하고 작품도 많이 만들 생각이다.
7.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후아유> 등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 회사 밖에서 꼽으라면 김상진 감독의 가 잘될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도 기대가 많이 되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