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_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배급 접기 전, 영화인이 아니라 돈 구하는 사람같았다”
1. <친구>의 흥행이다. 영화 하는 사람에겐 희망을 주는 사건이었다. 스코어가 800만명이나 나올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쉬리> 때는 자랑스럽다는 느낌과 언제 또 이런 영화가 나오겠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친구> 이후로는, 영화를 잘 만들기만 하면 1000만명도 동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2. 배급을 포기한 것이 당연히 가장 큰일이었다. 또 <친구> 이후 한국영화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영화산업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95년 이후 품어왔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그 현상이 내 생각을 뛰어넘었다는 점에 고무받았다.
3. <봄날은 간다>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이로움이었다. 저렇게 정성들여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기까지 했다. 단 1초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더라. 허진호 감독은 정말 화면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이라고 본다.
4. 너무 한 장르로 쏠리는 것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산업주의자로서 어떤 영화이건 간에 관객이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보든 사람들이 극장에 나와서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돈을 내고 하는 일이 생활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특정장르 편식의 문제도 관객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 고마울 따름이다. 문제는 제작자가 이런 관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결국 배급을 포기했다는 것 아니겠나. 솔직히 말해 올 초부터 CJ와 관계를 맺기 전까지 자금을 구하는 일만 했던 것 같다. 영화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 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갖게 되더라. 또 그동안 사업을 도와줬던 파트너들이나 직원들에게도 상처를 많이 입혔다는 점도 괴롭다. 대형영화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더 철저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내년 극장에 선보일 7편의 튜브 영화에만 매진하면서 만회를 할 것이다.
6. 관객이 한국영화를 찾는 추세는 이제 탄력을 받은 듯하다. 퀄리티 있고 다양한 영화를 내놓으면 이같은 흐름은 계속되리라 본다. 하지만 올해 떠올렸던 의문점, 불쾌감 이런 것을 계속 가진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아무튼 자본사정이나 여러 면에서 아직은 가능성을 많이 보는 상황이다.
7.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우리 영화를 빼면, 다. 기술면에서나 장르적으로나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50억원을 들여 할리우드에서 2천만∼3천만달러를 들인 영화의 효과를 낸다면 관심을 갖지 않겠나. <취화선>은 다양성의 한 극단에 서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궁금하고, <마리이야기>도 독특한 느낌일 것 같아 기대된다.
신철_신씨네 대표
“관객운동, 한국영화사상 처음이었다”
1. 관객운동을 꼽고 싶다. <고양이를 부탁해> <나비> 등등 관객의 재개봉 요구는 이제껏 없었던 일이다. 이건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계가 꾸준히 성장해왔고, 질적으로 좋은 작품들을 내놓은 결과다. 자막 읽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보는 영화라는 편견 대신 감성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딱히 짚을 만한 건 없고… 다만 <엽기적인 그녀> 하면서 영화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이 오더라.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것말고도 타이밍도 좋았고, 운도 좋아서 흥행이 됐으니까. 그러고 보면 전엔 멋모르고 까불었던 것 같다. 여하튼 새로 배운다는 각오로 시작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한해였다.
3. 시사회 가면 나중에 이런저런 안 좋은 소리가 나와서 잘 안 갔다. 개봉하면 가서 봐야지 뭐, 그랬는데 결국 다 놓치고 <신라의 달밤>밖에 못 봤다. 배우들의 조합이 큰 힘을 발휘한 영화다. 외화 중에선 <진주만>과 <슈렉>. <진주만>은 무지 겁먹었는데, 보고 나서 저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영화였고, <슈렉>은 정말 재밌게 봤다.
4. 요즘 조폭영화, 조폭영화 그러는데, 난 조금 다른 생각이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연이어 히트하는 건 영화마다 또다른 내적 파워가 있어서가 아닐까. 또 제작사마다 캐스팅이 어렵다고 아우성들인데, 그건 영화사가 800개로 늘었고 상대적으로 배우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일 뿐 제작자나 배우나 같이 밥 굶던 15년 전 시절보다 훨씬 나아졌다.
5. 한해 동안 세편 정도 개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 좋겠다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안 됐다. 시스템이나 인력면에서 좀더 보강을 했어야 했는데.
6.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나한테는 없다.
7. 50억원 규모의 오래된 프로젝트 <회중도시>도 들어가야 하고, 합작 프로젝트인 브루스 리 프로젝트나 3D애니메이션 <로봇태권브이>(제목 확인 요) 등도 진행을 시켜야 하니 부지런히 뛰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영화사의 작품으론 시나리오가 재밌다고들 하는 <공공의 적>과 오랫동안 작업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