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대단한 단편영화 종합선물세트! <촌철살인>
2011-02-23
글 : 김성훈
<백년해로외전>

러닝타임이 짧은 까닭에 극장 개봉이 어려운 단편영화가 <촌철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라인> <런던유학생 리차드> <백년해로외전> <유숙자> 등 네편이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 열린 제4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상영작이다.

<라인>은 조용히 글쓰기에 몰두하고 싶은 남자와 본의 아니게 남자를 방해하는 옆집 여자가 티격태격거리는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검은 선으로만 묘사된 인물과 배경은 상황을 간결하면서도 리듬감있게 끌고 간다. <런던유학생 리차드>는 88만원 세대의 씁쓸한 풍경을 그린 극영화다. 세무서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동석(박근록)은 그곳에서 런던유학생 리차드(박주환)를 만난다. 동석은 자신에게 일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리차드에게 왠지 호감이 간다. 그러나 동석은 리차드의 또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균열이 드리운다. <백년해로외전>의 혁근(이종필)은 여자친구 차경(김예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괴로워한다.“안 괜찮은” 자신에게 매번 “괜찮냐”고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원망스러운 것도 그래서다. 감독은 혁근의 일상과 죽은 차경의 인터뷰 시퀀스를 차례로 오가면서 두 남녀의 이별을 때로는 절실하게, 또 때로는 경쾌하게 그려낸다. <유숙자>의 노숙자 만식(엄태구)은 자신의 집이 있다. 그는 매일 아침 구걸하러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반복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밤에 여자 예니(박민영)가 집으로 돌아오면 만식은 예니의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자신의 정체를 감춘다. 같은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일상을 미스터리 장르 구조로 풀어가면서 감독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표현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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