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킬 스피드라고 하기엔 너무 긴 113분 <킬 스피드>
2011-04-06
글 : 김도훈

남부 캘리포니아의 비행 클럽 ‘플라이 가이즈’는 비행에 목숨 건 젊은 남자들의 모임이다. 팀의 리더인 션(앤드루 키건)은 레인맨(브랜든 퀸), 포맨(닉 카터), 아인슈타인(그레이엄 노리슨) 등을 이끌며 곡예비행으로 돈을 번다. 물론 그것만으로 비행기 기름값 대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들의 진짜 수입원은 마약왕의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는 것이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마약을 운반한다고 한들 걸리지 않을 도리는 없다. 정부의 비밀마약단속반(DIA)은 여경찰 로잔나(나탈리아 시그리우티)의 미인계를 무기로 플라이 가이즈 멤버들을 모조리 체포한 뒤 그들을 이용해서 마약왕을 검거하고 인질로 잡혀 있는 비밀경찰을 구출하기로 한다.

<킬 스피드>는 인디펜던트 비행기 액션영화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싸구려 CG로 범벅된 선댄스 버전의 <에이리어 88>, 혹은 CG는 후지지만 타란티노 스타일의 재기넘치는 <스텔스>를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둘 다 아니다. 일단 <킬 스피드>는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영화다. 제작진은 실존하는 초경량 플라스틱 비행기에 배우들을 싣고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대부분의 액션신을 촬영했다(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실제 촬영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현란함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현실적인 맛이 있는 액션에 비해 이야기는 90년대 영화학교 학생이 습작으로 써낸 듯하다. 초경량 비행기에 열광하는 오덕들, 혹은 ‘백스트리트 보이즈’ 출신의 닉 카터가 요즘 어떻게 사는지를 알고 싶은 오랜 팬들이라면 은밀히 즐길 만도 하겠다. 그래도 113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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