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맛고향에 영화 향기가 풀풀
2011-04-26
글 : 김용언
글 : 강병진
글 : 신두영
글 : 송희운
전주 영화 나들이, 당신이 챙겨야 할 필견 리스트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시간을 비워두시라.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언제나처럼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지평선의 걸작들을 풍성하게 마련했다. 여기 신중하게 선택된 20편의 추천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 뤽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 벨라 타르의 <창백한 말>, 그리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아스가르 파르허디의 <씨민과 나데르, 별거>는 프리뷰 DVD가 늦게 도착하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이번 기사에서 빠졌다. 이 세편의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만나게 될 <씨네21 데일리>를 통해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카를로스> An Escalator in World Order

불면의 밤 / 2010년 / 330분 / 프랑스, 독일 /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20세기 최고(혹은 최악)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 쿠바와 소련, 요르단에서 게릴라 훈련을 받았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로부터 세계를 해방시키겠다는 이상에 불타는 급진주의자였다. PFLP(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일본의 적군파,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독일의 바더 마인호프 그룹과 연계하여 유럽 지역 곳곳에서 수십건의 테러사건을 주도했다. 1975년 빈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의장을 습격하여 각국 각료 70여명을 인질로 삼아 거액의 몸값을 챙긴 사건이 가장 유명하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1973년 카를로스(에드가 라미레즈)가 본격적인 테러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의 격렬한 삶을 무려 5시간30분의 러닝타임에 담아낸다.기존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영화에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70년대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건조하고 냉혹한 긴장감으로 끓어오르는 리듬감이 일품이다. “우리가 쏘는 총알 하나하나마다 이상이 깃들어 있다. 나는 진정한 영광을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외치던 카를로스가 동구권 공산주의 정권과 베를린 장벽마저 무너진 이후 “전쟁은 끝났고, 우린 갈 곳을 잃었어”라는 동료의 한탄 앞에서 이를 악물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 점점 괴물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70, 80년대 냉전 시대와 석유 전쟁에 대한 배경 지식을 미리 머릿속에 저장해둔다면, 그야말로 잠 못 이룰 괴물 같은 걸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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