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4대천후’가 있다. 지금 가장 인기있는 네명의 여배우 장쯔이, 조미, 주신, 서정뢰를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물론 한 시대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법이고, 지금 대륙에서는 새로운 천후 후보들이 서서히 부상하는 중이다. 이 지면에 소개되는 모든 배우들이 강력한 천후 후보지만 단 한명을 꼽으라면? 역시 판빙빙의 이름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판빙빙이 대륙을 뒤흔드는 스타가 된 건 역시 미모 덕분이다. 유역비나 탕웨이, 그녀의 최대 라이벌인 리빙빙이 기품있고 우아한 얼굴을 지녔다면 판빙빙은 애플의 신제품처럼 틈없는 미모를 가졌다. 국내 개봉한 <신주쿠 사건>이나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떠올려보시라. 판빙빙의 뼈와 가죽은 디자이너 공방에서 칼과 무두질로 빚어낸 것 같다(그녀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성형중독설’은 잠시 잊어버리도록 하자). 하지만 판빙빙을 외모 하나로 스타가 된 배우라고 취급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 그녀의 데뷔작인 TV드라마 <황제의 딸>(1998)은 4대천후 중 한명인 조미의 발판이 됐고, 판빙빙은 오랜 무명 시절 여러 드라마를 거치며 살아남았다. 그녀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한·중 합작영화 <묵공>(2006)부터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9년, 마침내 판빙빙의 해가 왔다. <소피의 연애매뉴얼> <8인: 최후의 결사단>(2009) <신주쿠 사건>이 차례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그녀는 ‘4대천후’를 젖히고 최고 개런티를 받는 중화권 여배우가 됐다.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외모 때문일까. 판빙빙은 다른 중화권 여배우들보다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물론 그녀가 지금 중화권의 가장 훌륭한 배우는 아니지만 다작을 무릅쓰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줄 아는 대담한 배우라는 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그녀는 <로스트 인 베이징>(2007),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중경 블루스>(2010), <관음산>(2010) 등 저예산 작가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력을 단련해왔다. 알고보니 참 딱딱하고 재미없는 노력파 배우라는 결론이냐고? 그럴 리가. 그녀는 900억원대 갑부와 스캔들을 뿌리고, 공항에서 카메라 기자를 발로 걷어차 물의를 빚고, 홍콩에서 명품백을 사재기하다가 파파라치에 걸려 인민의 공적이 되는 동시에, 첸카이거의 신작 <조씨고아>를 촬영하고,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에 참여하며, 소문에 따르면 왕가위의 부름도 받고 있다. 대가들과 공연하면서 시끌벅적하게 스캔들을 뿌려대고 대중의 유행을 선도하는 진짜 스타. 판빙빙은 이미 대륙의 천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