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의 장쯔이를 예고하다
2011-05-17
글 : 주성철
<문도> <비스트 스토커> <대지진> 장정초

1980년생으로 이미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장정초는 너무 어리고 연약해 보인다. 그처럼 바람에 쉬이 쓸려갈 것처럼 가냘픈데도 종종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버텨선 여자로 등장했다.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그녀가 펑샤오강의 <대지진>(2010)에서 지진 복구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어쨌건 그녀는 먼 길을 날아와 힘을 보탠다. 비록 이동승의 <문도>(2007)에서 피폐한 마약중독자 미혼모 역할로 자신의 존재감을 홍콩에까지 각인시켰지만 사실 <대지진>에서의 모습이 장정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륙인들의 인상이다. 베이징중앙연극학원을 나와 <샹그릴라에서 온 신부>(2004)를 비롯해 구창웨이의 <공작>(2005)에서 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여전히 혼란스런 중국사회를 밝고 저돌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상주의자 소녀로 등장했을 때, <빨간 버스>(2006)에서 씩씩한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했을 때도 늘 활발하고 당찬 시골 여자였다. 그 모습이 장이모의 <집으로 가는 길>(1999)로 데뷔한 장쯔이를 연상시켜 ‘제2의 장쯔이’로 불린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공작>의 장정초를 눈여겨본 서극이 <칠검>(2005)에 캐스팅하고 <러시아워3>(2007)에 성룡이 보호하던 LA 중국 대사의 딸 ‘수영’으로 등장하면서 활동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문도>를 거쳐 <비스트 스토커>(2008)에서 자신의 딸을 애타게 찾는 검사로 출연하며 연기와 흥행에서 인정받는 배우로 안착하게 됐다. 비중은 적었어도 오우삼의 <적벽대전>(2008) 연작에서 손책의 아내 ‘대교’(영화에서 린즈링이 연기한 ‘소교’와 함께 <삼국지> 원작에서도 엄청난 미모로 묘사되는)로 출연하고, <절은풍운>(2009)에서는 유청운의 사연 많은 여자친구로 나와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출연한 <붉은 강>(2009)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 강력한 장점은 아마도 이야기와 별개로 백옥처럼 맑고 조그만 그녀의 천진한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데 있다. 현재 그녀의 길은 여러 갈래로 활짝 열려 있다. ‘제2의 장쯔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전혀 액션을 하지 못하던 그녀가 <전성계비>(2010)에서 어색하나마 액션 연기를 펼치기도 했고, <당백호점추향2>(2010)에서는 황샤오밍이 한눈에 반하는 여인 ‘친칭’으로 등장해 변함없는 미모를 과시했다. ‘샹그릴라에서 온’ 지 불과 6년여, 장정초는 어느덧 대표적인 중화권 여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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