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당신의 숨을 멎게 할 천상의 미모
2011-05-17
글 : 주성철
사진 : 최성열
<천녀유혼> 유역비

<연애통고>(2010)에서 유역비는 안경을 쓰고 출연한다. 안경을 쓰고 있어도 변함없는 천상의 미모를 뽐내지만 역시 그녀의 미모는 ‘생얼’ 그 자체에 있다. 영화에서 유역비를 흠모하는 왕리홍의 노래가 흐르며 비를 맞는, 그러면서 안경도 벗겨지고 긴 생머리도 물에 흠뻑 젖은 그 모습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백옥 같은 피부에 긴 생머리, 숨을 멎게 만드는 그 고혹적인 모습은 드라마 <천룡팔부 2003>의 왕어언, <신조협려 2006>의 소용녀를 거쳐 지금의 <천녀유혼>의 섭소천에게 이르기까지 한결같지만 늘 빠져들게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영미권에서 리어왕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오직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면 중화권에서 소용녀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1987년생으로 베이징전영학원 연기과를 나온 유역비는 드라마 <금분세가>(2003)를 통해 데뷔한 이래 언제나 고전적인 시대극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물론 <연애대영가>(2004), <오월지련>(2004) 같은 현대극에서 풋풋하고 씩씩한 이미지를 뽐내기도 했지만 드라마 <선검기협전>, 어쩌면 <천녀유혼>의 그녀와 가장 닮은 것 같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역비 꾸냥’의 시대가 열렸다. 어찌 보면 <천녀유혼>도 그 연장일 것 같지만 그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언제나 같은 멜로 연기, 사극 연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감정은 많이 다르다. 앞서 출연한 <연애통고>에서는 감정 잡기가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좀 솔직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는데 <천녀유혼>에서는 모처럼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요괴 역할이었기 때문에 짐승처럼 카악 내지르는 장면 같은 게,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새롭기도 하고 재밌었다. (웃음)”

유역비의 <천녀유혼>이 왕조현의 <천녀유혼>(1987)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연적하(고천락)와 영채신(여소군)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그래서 어쩌면 왕조현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와의 승부였다. “잊고 지내던 연적하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때의 감정 처리가 미묘하고 힘들었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그렇게 유역비의 드라마 팬이라면 이전과 비슷한 모습에, 혹은 전혀 의외의 모습에 여러 번 놀라며 <천녀유혼>을 볼 것이다.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에 이어 <천녀유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유역비는 중화권 대표 여배우로 성큼성큼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이미지가 고전적인 사극에 바탕한 것이었다면 그로부터 탈피하고 싶다는 속내도 얘기한다. 이제 본격적인 그녀의 시대가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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