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이>(On Line All The Time, 2009)는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길 원하는 아일랜드 소년 제이크의 이야기입니다. 감독이 따로 있긴 하지만 제이크가 1인칭 화자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전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웹2.0과 나’에 대해서 질문하는 데 좋은 레퍼런스가 됩니다. 제이크는 1년째 유튜브에서 ‘나’에 대한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중입니다. 제이크는 영화 초입에서 자신은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림1과 그림2에서처럼 <유튜브 보이>는 제이크가 캠코더를 들고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물론 제이크의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나’에 대한 동영상을 통해서 유명해지는 것입니다. 제이크의 유튜브 채널은 이렇게 제이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제이크가 좀더 동영상을 잘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제이크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이 보여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제이크가 유튜브에서 업로드하는 ‘나에 대한 동영상’과는 별개로 이 과정을 기록해나간 다큐멘터리는 <유튜브 보이>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되어 영화제 등을 통해 배급됩니다.
웹 통해 실시간으로 나를 업로드하는 시대
유지숙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10년의 셀프 초상>은 <유튜브 보이>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림3, 그림4, 그림5처럼 감독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씻지도 않은 자신의 부은 얼굴을 사진기로 한컷 찍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웹에 올립니다. 1999년부터 그렇게 한컷씩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작업을 벌써 10년이 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 ‘스틸 사진’들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드는데요. 그녀의 얼굴 사진 1컷은 디지털 동영상에서 1프레임이 되고, 이것은 그녀의 하루가 됩니다. 그리고 한달간 찍은 30컷의 얼굴 사진은 30프레임, 즉 1초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1년은 12초 정도의 시간이 되고, 그녀의 10년은 2분 정도의 시간이 됩니다. 감독은 3년 정도를 모아서 2001년에 <10년의 셀프 초상>이란 제목으로 영화제에서 상영했고, 지난해에도 10여년을 모아서 <10년의 셀프 초상>이란 제목으로 상영을 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고, 그녀의 작품도 따라서 같이 성장해나갑니다. 그녀의 웹사이트에서는 오늘도 그녀의 얼굴 사진이 한장 올라왔을 것이고, 아마도 수년 뒤에는 다시 비슷한 제목으로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 보이>와 <10년의 셀프 초상>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이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들은 어느새 ‘나’를 보여주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습니다. 관객은 이전처럼 극장에 가지 않아도 그/녀의 웹 채널에서 언제든지 그/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웹에서와는 다른 형식의 그/녀의 다큐멘터리 또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지요. 나의 성장에 대한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웹 채널을 통해 ‘보여주는’ 시도는 이전의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해집니다. 1964년 영국 그라나다 텔레비전은 <7up>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합니다. 폴 아몬드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가정환경과 교육환경이 서로 다른 7살 난 영국의 소년소녀들을 그림6처럼 교차편집하며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감독은 취미와 이성친구, 그리고 꿈 등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7up>의 조감독 마이클 앱티드가 이후 7년마다 <7up>에 출연한 소년소녀들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나갑니다.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제목도 바뀌어가는데요. 1971년에 <14up>, 1978년에는 <21up>, 결국 최근인 2005년에 그림7의 <49up>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꿈꿨던 미래가 현실이 되거나 혹은 좌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인류학적 다큐멘터리인데요. 소년소녀들이 어른으로, 다시 중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up> 시리즈는 3인칭 내레이션으로 이들의 삶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전의 다큐멘터리가 타자의 삶을 타자의 목소리로 ‘설명하는 양식’이었다면 <유튜브 보이>는 비록 감독은 제이크가 아니지만 제이크 자신이 1인칭으로 자신의 삶이 커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게 하고 있으며, <10년의 셀프 초상>은 내레이션은 없지만 감독 자신이 찍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직접 편집하며 자신의 성장을 연출해나갑니다. 배급 방식도 ‘타인의 성장’을 기록한 <up> 시리즈가 전통적인 방송 채널을 이용했다면 <유튜브 보이>와 <10년의 셀프 초상>은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이용해나가는데요. 이처럼 ‘성장’이라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비교를 통해서 다큐멘터리 양식과 매체, 그리고 플랫폼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셀프 초상> <유튜브 보이<와 <up< 시리즈
이전 글에서도 강조한 것이지만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앞서 소개한 두 다큐멘터리처럼 다분히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 중요한 양식입니다. 이러한 ‘나의 성장’은 제이크의 유튜브 채널과 유지숙의 셀프 사진 웹사이트에서처럼 계속해서 ‘유동하는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 보이>처럼 ‘개별 작품’ 안에서 ‘모아서’ 보여질 수도 있으며, <10년의 셀프 초상>처럼 작품이 시간이 쌓여감에 따라 ‘버전 업’되는 양식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유동하고, 불안하며, 고정되지 않은 주체인 것처럼 ‘나의 성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적으로 바뀌어가며 배급되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제이 로젠블라트 감독의 ‘딸의 육아비디오’를 빙자한 자전적 다큐멘터리인 <I Used to Be a Filmmaker>(2003)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딸’을 추적합니다. 로젠블라트 감독은 <I like It a lot>(2004), <I Am Charlie Chaplin>(2005) 등을 통해서 점점 성장해가는 딸에 대한 육아비디오를 매년 다른 이야기로 완성해나갑니다. 로젠블라트 감독이 ‘육아비디오’를 연작으로 보여주는 시도는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양식의 일종이 되고, 또한 이러한 연작 자체가 작품 배급에 주요한 전략이 되기도 하는데요. 로젠블라트 감독은 이 작품들을 묶어서 DVD로 자신의 이름을 딴 웹 사이트 ‘제이 로젠블라트 닷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이외에도 영화제를 통한 상영이 일반적이고요. 최근에는 극장용 다큐멘터리 붐과 더불어서 자전적 다큐멘터리가 극장 개봉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조너선 카우에트 감독의 <타네이션> 역시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였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2005)와 정호연 감독의 <쿠바의 연인>(2010)이 극장에서 개봉한 자전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지금까지 6회에 걸쳐서 자전적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다이어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해 나간 것처럼 ‘나’를 돌아보는 것은 종종 ‘세계’를 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나’를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것이 바로 ‘정치’의 문제가 됩니다. 자본의 속도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대세에 휩쓸리기보다는 나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의 말마따나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를 끝없이 질문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