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격’을 알아야 촬영도 된다
2011-08-09
글 : 신두영
사진 : 백종헌
<최종병기 활> 말 관리사, 나파벨리승마클럽 최재민 대표

“말들도 하루 종일 일하면 힘들어요.” “어떤 말은 자기가 알아서 차에 타기도 해요. 일하러 가는 걸 아는 거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말을 전문적으로 대여하는 나파벨리승마클럽의 최재민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말이 ‘일한다’는 표현을 썼다. 국내 최초 활 액션을 표방한 <최종병기 활>은 사실 말 액션도 선보인다. 박해일, 류승룡 등 주연배우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 배우가 바로 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최종병기 활>은 기마민족인 청나라 군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촬영된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말을 동원했다. 400여필의 말이 동원됐고 한회 촬영에 52필의 말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주연배우가 타는 말은 경험이 많은 말이다. “<최종병기 활>에서 연기자들이 고정으로 타는 말은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어요. 선천적으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말들이 있는데 보통 이런 말을 주연배우들이 탑니다. 훈련이 잘돼 있으니까 무술팀 스탭들도 서로 타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웃음)”

최재민 대표도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처음 말을 만났다. 지미집, 크레인 등을 운용하는 방송장비업체에서 일하던 최재민 대표는 사극 드라마 촬영을 하던 민속촌에서 우연히 말을 타보고 말의 매력에 빠졌다. “말을 타고 둑길을 전력으로 달리는데 아, 이거구나 싶었죠. 따그닥 따그닥 소리와 함께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그때부터 말에 미쳤어요. 그 당시 흔하지 않았던 승마부문 체육지도자 자격증도 땄어요. 그러다가 방송 일을 하게 됐어요. 같이 방송 일 했던 사람들과 연결이 됐죠. 2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최재민 대표는 드라마에도 꽤 출연했다. 주로 맡은 역할은 파발마를 탄 전령이다.

20년 경력의 최재민 대표는 박해일의 승마 훈련도 지도했다. 박해일은 하루 2시간씩 일주일에 3~4번 정도 훈련했다. 최재민 대표는 박해일이 승마에 소질이 있다고 말한다. “박해일씨는 뭐랄까, 타고난 리듬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응을 빨리 하면서도 노력을 하더라고요. 영화를 찍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엘리트 승마를 할 정도에 가깝게 탔어요.” 그러나 훈련과 액션이 들어가는 촬영은 또 달랐다.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전주에서 촬영할 때 불 붙은 막사에서 해일씨가 불구덩이를 뛰쳐나가는 신이 있었어요.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말을 탔는데 순간적으로 바람이 불면서 불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일었어요. 순간적으로 말이 놀라면서 위험한 상황이 됐고 해일씨가 살짝 낙마를 했어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죠. 무술팀에서 대역을 해도 어려운 장면을 해일씨가 잘해냈어요.”

말 못하는 짐승도 인간처럼 각기 다른 그들만의 성격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맞는 말을 맞춰주는 게 가장 큰 노하우”라고 말하는 최재민 대표가 없었다면 <최종병기 활>의 화려한 말 액션은 탄생할 수 없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