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액션
2011-08-09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7광구> 무술감독 김철준

<7광구>는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몬스터 액션영화다. 스패너로 괴물의 머리를 내리찍고 괴물의 촉수에 쓰러지는 가운데 좁은 복도에서 쫓고 쫓기며 사투를 벌인다. 말이 안 통하는 괴물과 ‘합’을 맞출 수 없기에 배우들의 실감나는 리액션이 중요했다. ‘스턴트 패밀리’의 김철준 무술감독도 “액션이란 게 원래 좀 팍팍 부딪쳐야 쾌감이 발생하는데 <7광구>는 주로 괴물에 맞아서 날아가거나 벽에 부딪히면서 긴장감을 낸다. 그렇게 양쪽의 ‘터치’나 ‘스킨십’ 없이 액션연기를 짜는 게 힘들었다. 게다가 액션연기라는 게 사실상 눈빛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CG로 만들어질 괴물과 시선을 맞춰야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바이크 액션도 꽤 비중있게 담겼다. “원래 나와 함께하는 바이크 액션 훈련 시간이 있는데,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곳에서도 바이크를 배웠다더라”며 “하지원씨는 소문보다 더 독한 배우였다”고 혀를 내두른다.

자신의 터닝포인트라 생각하는 <화려한 휴가>에 참여하며 김지훈 감독의 눈에 들었던 김철준 무술감독은 <7광구>를 비롯해 김지훈 감독의 차기작 <타워>에도 무술감독을 맡았다. <화려한 휴가> 촬영 중 아들, <7광구> 때 딸을 얻어 그와는 각별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인지 “김지훈 감독님이 <타워> 때 셋째를 가져보라”고 했다고. <실종> <평행이론> <요가학원> 등 여러 영화의 무술감독으로 활동해왔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영화적 스승이라고 말한다.

부산 출신으로 제대 뒤 무작정 가방 하나 들고 서울로 올라온 뒤 오직 스턴트맨의 꿈을 위해 하루에 라면 하나로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유난히 다치고 쓰러지고 부딪히는 스턴트라면 자신있어서 ‘이건 철준이밖에 못해’라는 얘기를 들으며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 그의 ‘라인’이라면 바로 “둘 다 주성치의 열혈 팬”이라고 밝힌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이다. TV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활어트럭 뒤집히는 장면, <아저씨>에서 원빈의 과거 회상장면에서 덤프트럭 사고장면 등 주로‘대형사고’를 도맡아왔고 외모도 반듯하여 <사랑>과 <무적자>에서는 주진모 대역을 맡았다.

<7광구>는 거의 동시에 준비하는 <타워>를 위해서도, ‘무술감독 김철준’을 위해서도 큰 공부가 됐다. 안성기가 괴물과 일대일로 맞부딪히고 하지원이 일주일 내내 와이어에 매달려 있었던 라스트 액션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트 벽을 아무리 단단히 고정해도 적당히 힘을 가하면 꿀렁꿀렁 움직이기 때문에 힘 조절이 필요했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액션 연출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담기는지 많은 공부를 했다”고 말한다. 또한 특별한 고마움을 표하는 후배는 바로 최광락, 안용우다. 그렇게 <타워>까지 끝내고는 할리우드로 가서 영화현장 체험을 해볼 생각이다. 정해진 건 없지만 대규모 영화에서 액션연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꼼꼼하게 배워두면 한국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또 하나 기억해둘 이름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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