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4)
2011-10-11
글 : 김도훈
글 : 이화정
글 : 이영진

아날로그 괴물의 귀환

<괴물: 오리지널> The Thing
마티스 반 하이닌겐 주니어 |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조엘 에드거튼 | 2012년 1월 개봉예정

2011년은 프리퀄의 해다. 2012년에는 프리퀄 열풍이 잠시 사그라질 것인가. 물론 아니다. 내년 역시 온갖 종류의 프리퀄(이라는 이름의 리메이크)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시작은 존 카펜터의 <괴물>(1982)을 다시 만드는 <괴물: 오리지널>이다. 그렇다고 이걸 염치없는 리메이크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존 카펜터의 <괴물> 역시 존 W. 캠벨 주니어의 단편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하워드 혹스의 <괴물>(1951)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으니까 말이다.

<괴물: 오리지널>은 존 카펜터의 <괴물>로부터 3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물학자인 케이트 로이드(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노르웨이 남극탐사팀에 합류했다가 남극 빙하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외계인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곧 생물체의 외형을 흉내내 변태할 줄 아는 괴물이 탐사단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케이트는 파일럿 카터(조엘 에드거튼)와 힘을 합쳐 괴물을 처치해야 하지만 존 카펜터의 <괴물>과 동일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인간을 숙주 삼아 변신이 가능한 괴물과 진짜 인간을 대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원래 <괴물: 오리지널>은 카펜터 영화의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었으나 “그런 짓은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넣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느낀 제작자들에 의해 프리퀄로 만들어지게 됐다. 제작자 에 릭 뉴먼은 말한다. “누구도 <죠스>를 리메이크해서는 안된다. <엑소시스트> 리메이크도 보고 싶지 않다. <괴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존 카펜터의 영화에서 이미 죽은 걸로 등장했던 노르웨이 탐사팀을 주인공으로 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는 오리지널에 경배를 바치기 위한 리메이크란 소린데, 감독 마티스 반 하이닌겐 주니어 역시 원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35mm필름으로 영화를 찍었다. <괴물: 오리지널>은 고전의 얼치기 업데이트가 아니라 공들인 오마주에 가까운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두가 가장 기대하는 건 괴물 그 자체일 것이다. 카펜터 영화에서 롭 보틴이 창조한 괴물들은 영화 역사상 가장 흉측하고 소름끼치는 악몽이었다. 이걸 매끈한 CG로 되살린다면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다행히도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 스탠 윈스턴의 <에이리언2>에 경의를 바치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퀸 에일리언을 되살렸던 디자이너 알렉 길리스와 톰 우드러프 주니어는 “오리지널처럼 유기체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고전적인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을 총동원해 괴물을 창조했다. CG는 그저 거들 뿐. 우리는 잊혀졌던 아날로그 괴물의 위대함을 <괴물: 오리지널>에서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헬프> The Help
테이트 테일러 | 에마 스톤, 바이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 11월3일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 관계정립만으로 봐도 나올 수 있는 단어가 십분 짐작 간다. 차별, 소수, 연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 <헬프>의 소재 역시 다르지 않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이미 많이 봤다. 식상하다고 치부해버리려던 찰나, 영화를 본 한 호주 기자가 말한다. “영화가 끝날 때쯤 울지 않고 있다면 한번 체크해봐라. 당신이 이미 죽은 건 아닌지.” 감동과 눈물, 휴머니즘에 관해서는 이 말을 믿어도 좋겠다. <헬프>는 미국 개봉 3주 동안 박스오피스에서 연속 1위를 하며 수치상으로 감동을 증명해냈다.

영화는 무려 100주 이상을 베스트셀러로 군림한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60년대, 대학에서 작가 준비를 하던 스키터(에마 스톤)는 고향인 남부 미시시피의 마을로 오게 되고, 어릴 적 함께 놀던 흑인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바로 혹독한 인종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이다. 스키터는 가정부 외엔 어떤 꿈도 꿀 수 없는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곧 하녀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 스키터, <헬프>는 이들간의 상호작용이 일으키는 희망과 연대에 관한 보고서다.

사실 <헬프>에 대해선 혐의가 많았다. 백인 여성 작가가 쓴 원작에 대해서 ‘만약, 흑인 여성 작가가 자기 엄마, 이모 혹은 할머니 이야기를 썼더라도 이 정도의 주목을 받았을까’ 하는 의구심. 더불어 영화에 대해 웃음과 눈물은 주지만 “인종차별에 대해서 다소 감상적인 필터를 끼고 바라봤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을 일으키는 에마 스톤의 변신, 아카데미상 후보로까지 점쳐지고 있는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호연, 그리고 조연 여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앙상블에 대해선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기대치 않았던 속편들의 등장

<고스트 라이더2>, <위대한 비밀>(왼쪽부터)

종종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속편들이 시장에 복귀하곤 한다. 죽어가던 시리즈를 제작자나 감독이 다시 살리고 싶어졌다거나, 시리즈를 수혈할 아이디어가 갑자기 새로 떠올랐다거나, 이유는 뭐 각양각색이다. 먼저 돌아오는 건 2012년 2월16일 개봉하는 <고스트 라이더2>(Ghost Rider: Spirit of Vengeance)다. 전작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동유럽으로 간 자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가 악마와 격돌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사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첫 번째 영화는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감독은 <아드레날린 24>의 마크 네빌딘, 브라이언 테일러로 바뀌었고 각본도 데이비드 고이어가 맡았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속편이 아니라 리부트 격”이라고 호언하고 있으며 감독들은 입을 모아서 “훨씬 오리지널 코믹스에 가까운 다크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2년 2월23일에는 <언더월드4 3D>(Underworld: Awakening)가 돌아온다. 렌 와이즈먼, 케이트 베킨세일 부부가 빠졌던 졸렬한 3편 <언더월드: 라이칸의 반란>은 잊어도 좋다. 렌 와이즈먼은 제작자로, 케이트 베킨세일도 주연으로 복귀했다. 인간들이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존재를 알아차린 세계를 무대로 셀리느의 새로운 모험을 다루는 4편은 3D로 공개되는 최초의 <언더월드>이기도 하다. 속편은 아니지만 기겁할 만한 복귀작도 있다. 11월24일 개봉하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위대한 비밀>(Anonymous)이다. 에머리히가 지구 종말에 대한 새로운 비밀이라도 알아냈냐고? 놀랍게도 <위대한 비밀>은 재난영화가 아니라 불멸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실은 제17대 옥스퍼드 백작 ‘에드워드 드 비어’라는 음모이론을 영화화한 시대극이다. 흥미롭긴 하지만 에머리히의 시대극이라니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고? 최근 토론토영화제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세심하게 주조되고 훌륭한 연기로 채워진 영화”(<가디언>)라거나 “놀랍게도, 에머리히의 최고작”(<할리우드 리포터>)이라는 찬사를 얻어냈다. 에머리히는 지구를 파괴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파괴하는 것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시리어스’한 영화적 재미가 여기 있네?

카트린 브레이야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부터 <원스> 이후의 이야기 담은 다큐 <스웰 시즌>까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시리어스’라고 해서 미리 인상 찌푸릴 필요는 없다. 여기 소개하는 4편의 영화들은 이미 국내외 영화제에서 검증받은 작품들이니 말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도발과 경각의 대명사인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의 ‘동화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푸른 수염>(2009)에 이어 샤를 페로의 원작은 이번에도 카트린 브레이야의 도마 위에서 낱낱이 해부되고 쉽게 전복된다. 사악한 마녀 카라보스의 저주로 16살이 되면 죽을 운명에 처한 공주 아나스타샤는 세 요정의 도움으로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든다. 원작과 다른 중요한 점은, 아나스타샤가 잠든 순간부터 시공간을 헤집는 놀라운 어드벤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펼쳐지는 아나스타샤의 욕망놀이는 괴상하고 기이한 캐릭터를 앞세워 남성 중심의 로맨스가 채워놓았던 금단의 빗장들을 모조리 풀어버린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열락의 모르핀이라면 <네 번>은 치유의 수면제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 베스트 유럽영화에 뽑힌 <네 번>의 주인공은 누군가가 아니라 ‘생명’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늙은 목동과 새끼 염소와 전나무와 숲은 “위계 없는” 하나의 ‘영혼’이며, 이들의 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 그 자체다. <기프트>(2003)로 데뷔한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의 두 번째 장편. “이 영화는 선물이다. 내가 이미 갖고 있던 관념을 통해서 의지를 갖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나의 창작품이 아니며, 나는 단지 물질과 형식 사이의 매개자일 뿐이었다.” 대표적인 ‘슬로 시티’ 칼라브리아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상하듯 촬영된 이 영화는 공개 당시 “비범하고 근본적이고 황홀한 스타일의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스웰 시즌>, <네 번>(왼쪽부터)

“수많은 오해가 겹겹이 쌓이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아픔만 남겼지.” 다큐멘터리 <스웰 시즌>은 <원스>(2006)의 주인공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뒤늦게 들려주는 사랑과 이별 노래다. <Falling Slowly>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거머쥔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 두 사람은 ‘스웰 시즌’을 결성한 뒤 대규모 투어 콘서트를 치르지만 갑작스럽게 찾아든 행운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그들의 사랑 또한 파국의 시간을 향해 째깍거리기 시작한다. 공동연출자 중 한 사람인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는 “<원스>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극영화였다면 <스웰 시즌>은 극영화 같은 느낌의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 적 있다. 찢어버리고 만 연서를 세월이 흘러 다시 들춰보는 기분을 느끼게끔 만들 것이 분명하다. <스웰 시즌>이 <원스>의 후렴구라면 <세 번째 사랑>은 <사이드웨이>(2004)를 곱씹게 할 영화다. 첫 장면에서 스카치를 마시며 시가를 피우던 60대 남자 바니 파노프스키(폴 지아마티)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새벽에 불쑥 전 부인의 집에 전화를 거는데, 이는 이미 폴 지아마티가 <사이드웨이>에서 한차례 선보였던 무기력의 증상이기도 하다. 바니의 회한이 실패한 세번의 결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좀처럼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니를 옥죄는 올가미 중 하나는 수십년 전에 있은 친한 친구의 죽음이다. 생의 끈을 모조리 놓쳐버린 뒤 한탄하는 남자의 허망한 시선을 폴 지아마티만큼 적절하게 표현할 배우는 많지 않다. 폴 지아마티는 <세 번째 사랑>으로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자먼드 파이크, 더스틴 호프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폴 지아마티의 곁에서 뛰어난 연기 앙상블을 구축한다. TV시리즈 <CSI>에서 100여편의 에피소드를 제작한 리처드 루이스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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