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용기라는 보편적 주제와 동유럽 지역의 특수한 상황 <용기> Courage
2011-10-12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용기> Courage
그레그 즐린스키 | 폴란드 | 2011년 | 88분 | 플래시 포워드

‘용기’라는 주제를 끌어내는 솜씨나 드라마투르기가 모범적인 영화다. 그렇다고 상투적이거나 지루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텍스트는 항상 그만큼의 가치를 보장한다. 폴란드의 평화로운 지방 도시에서 지역 TV 방송국을 운영하는 프레드는 자신의 배짱을 과시하기를 즐기는 남성이다. 프레드는 동생 유렉과 회사를 공동 운영하고 있지만 이성적이고 신중한 동생과 성격이 맞지 않아 답답해한다. 미국에 살던 유렉은 얼마 전 아내를 잃고 두 아이와 고향으로 돌아온 상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프레드는 기차와 레이싱을 하다 차단기가 설치된 건널목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옆자리에 타고 있던 유렉은 불 같이 화를 내고 이 둘의 극단적인 성격 차이는 이후 결정적인 전도와 비극적인 파국을 예고한다. 프레드의 성격은 비극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프레드와 유렉은 자동차 고장으로 우연히 타게 된 기차에서 젊은 여성이 성추행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평소와 달리 프레드는 침묵을 지키고 유렉은 여성을 돕기 위해 형의 저지를 뿌리친다. 유렉은 추행범들에 의해 기차 밖으로 밀쳐지고 이 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프레드는 상황을 변명하지만 진실은 가려지지 않고 이제는 그가 벼랑으로 몰리게 된다. 프레드를 곤경에 몰아넣는 증거가 발견되고 프레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 영화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보다 용기를 내지 못했던 순간이 인생에 얼마나 큰 짐인지 더 오래 설명한다. 유렉보다 프레드가 우리와 가까운 평범한 인물이다. 프레드의 고통이 비겁한 인간이 받는 처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당면하는 일상이기에 이 영화는 울림이 있다. 폴란드의 변화하는 사회상도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어 용기라는 보편적 주제와 동유럽 지역의 특수한 상황이 적절한 비율로 결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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