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홈즈도 울고갈 능력자들
2011-11-15
글 : 강병진
사진 : 최성열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

동네 이름부터 물었다. 시실리, 삼매리에 이어 이번에는 어디? “울진리다. 경상도와 전라도 중간 즈음, 바다를 낀 어촌이라고 보면 된다.” <시실리 2km> <차우>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신작 <점쟁이들>을 통해 상상한 새로운 마을은 전작의 동네보다 더 심각한 곳이다. 시실리에 다소 무서운 사람들과 어리바리한 귀신이 살았고, 삼매리에 포악한 괴물돼지가 있었다면 울진리는 몇 십년 묵은 악령이 지배하는 곳이다. 의문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개발도 늦춰진 이곳에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다종다양의 점쟁이들이 한판 굿을 벌이러 모인다. 물론 이 점쟁이들은 그냥 점쟁이들이 아니다.

전작들과 달리 <점쟁이들>은 신정원 감독이 처음부터 상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그는 ‘점’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누가 내 운명을 예측해준다는 게 불쾌하더라. 아내는 이사를 갈 때도 어느 쪽 방향의 집이 좋다, 나쁘다, 이런 걸 알아오는데, 그때마다 핀잔을 주곤 했다. (웃음)” 그럼에도 그가 <점쟁이들>에 끌린 이유 역시 ‘점쟁이들’ 때문이다. “한국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블랙코미디와도 접점이 있어 보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 점쟁이는 총 5명이다. 전국을 무대로 퇴마를 하면서 돈을 챙기는 박 선생, 그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했지만 현재는 탑골공원 주변에서 궁합을 봐주고 있는 스님 심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소년 월광, 타로카드에 능한 동시에 모든 물건의 기억을 볼 수 있는 승희, 그리고 공학박사 출신으로 온갖 퇴마 장비를 스스로 만들어 귀신을 쫓는 석현이다. 그리고 취재를 위해 울진리에 온 신문기자 찬영이 이들과 함께 악령과의 대결을 벌인다. <히어로즈> 같은 미국 드라마나 강풀의 <타이밍>처럼 <점쟁이들> 또한 서로 다른 능력들이 적시적소에 발휘되는 드림팀 이야기다.

슈퍼히어로영화 외에 신정원 감독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야심은 어드벤처영화의 결이다. 이 악령들이 탄생한 이유를 추적하던 주인공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보물을 빼내 본국으로 돌아가던 일본 군함이 미군 폭격으로 바닷속에 가라앉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스로 어린 시절을 규정한다면 나는 <구니스> 세대인 것 같다. <인디아나 존스>도 정말 좋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보물선이라는 존재나 모험영화의 스릴에 끌린다. <점쟁이들>에서도 그런 느낌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점쟁이들>은 악령의 묘사 또한 공들여야 할 프로젝트다. 신정원 감독이 기준점으로 삼은 영화는 피터 잭슨의 <프라이트너>다.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자기만의 스타일과 창의력으로 유령을 묘사한 영화다. 그렇다고 <프라이트너>처럼 악령을 그리지는 않을 거다. 물귀신 같은 이미지라고 하면 될까? 빙의가 되는 장면에서도 사람이 물에 흠뻑 젖어버리는 느낌으로 묘사하려 한다.”

<점쟁이들>은 신정원 감독이 전작에서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는 게 꽤 많은 프로젝트다. 먼저 주된 배경이 시골이지만 시골을 벗어나 종로3가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있다. “시골에서 찍으면 조금 쓸쓸한 게 있더라. 구경꾼도 있고 그러면 좋겠는데, 스탭밖에 없으니까…. (웃음)” 그리고 전작에 비해 좀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로맨스가 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좀 유치해 보였는데, 이번에는 해보고 싶었다. 사실 난 <4월 이야기> 같은 영화도 만들고 싶다. (웃음)” 신정원 감독은 이 영화가 점술의 전지전능함을 알리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누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영화가 될 거다.” <점쟁이들>은 지난 10월29일, 첫 촬영을 시작했다. 김수로가 박 선생을, 강예원이 찬영을 연기하며 <고지전> 이후 각종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이제훈이 똘끼 가득한 석현을 맡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