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제작 10계명⑧ - 안에서 안 통한 영화 밖에서 통하랴
2012-02-21
글 : 김성훈
해외시장은 국내의 실패를 만회하는 백업 시스템이 아니다
<마이웨이>

일본에서도 참패다. 1월14일 일본에서 개봉한 <마이웨이>(배급 도에이)는 3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첫주 약 110만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날 개봉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로보지>(배급 도호)가 <마이웨이>보다 적은 278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해 <마이웨이>보다 2배 넘는 약 263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오프닝 스코어다. 3위에서 출발한 <마이웨이>는 개봉 2주차 9위로 떨어지더니, 개봉 3주차였던 1월28~29일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도쿄 지부 제이슨 그레이 기자는 “기자회견은 이목을 끌 만한 점이 전혀 없었고 언론 노출도 중년 남성들이 즐겨보는 스포츠지 정도에 그치면서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다”며 “<마이웨이>는 현재 일본 관객에게 전혀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로보지>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64> 등 도호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포스트 3?11 시대”라고 <마이웨이>의 일본시장 실패 요인을 전했다. 어쨌거나 <마이웨이>의 일본시장 실패는 “국내의 부진을 일본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CJ E&M과 강제규 감독의 계획에 분명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본전은 국내에서, 수익은 해외에서.” 빤하지만 이쯤에서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기본 전략 중 하나를 꺼내보자.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북미 박스오피스와 전세계 시장의 규모는 충무로의 그것과 확실히 비교할 바가 안되지만 그 말을 달리 표현하면 국내 흥행 없이 해외에서 수익을 올린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개봉된 거의 모든 한국산 블록버스터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이웨이>의 일본 개봉과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나 <황해>는 올해 1월7일 12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2월7일 현재까지 2만200여명(제작사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자체 집계)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12월6일 중국 개봉한 <7광구>는 첫주 2019만위안(약 37억원)을 벌어들이기는 했으나 박스오피스에서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CJ E&M 해외팀에 정확한 매출액과 관객 수를 요청했으나 “자체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나마 중국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해운대>는 약 125만달러(약 13억원)를 벌어들였지만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익인 데다가 제작사인 JK필름은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JK필름 기획팀 한지선 실장은 “물론 해외에서 수익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해운대>는 어디까지나 국내시장 흥행이 최우선이었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을 노리는 한국산 블록버스터에 참고할 만한 영화는 역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괴물>은 2006년 개봉해 1301만여명을 불러모으면서 한국 역대 최대?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운 뒤, 그 기세를 몰아 2007년 북미,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개봉해 총 1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역대 한국영화가 거둔 최대 해외 수익이다. 비결은 하나다. 배우도, 스펙터클도 아닌 스토리다. 당시 영화의 해외 세일즈를 맡은 (주)화인컷 서영주 대표는 “해외 세일즈 과정에서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등 출연진은 전혀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10장 가까이 되는 장문의 트리트먼트가 보편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인정받았고, 괴물의 형태를 리얼하게 보여준 게 칸 마켓을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던 것 같다”며 “그것 역시 국내에서 흥행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냉혹하면 더 냉혹했지 해외시장은 결코 국내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시험대가 아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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