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와 대사의 맛 <양자탄비>
2012-03-21
글 : 송경원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쁜 놈,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이 벌이는 왁자지껄 수다스런 웨스턴 소동극, 중국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그러나 같은 웨스턴 코믹활극이라 해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만큼 액션에 방점을 찍고 있진 않다. 대신 영화의 백미는 국민배우라 해도 무방할 세 명품배우의 속고 속이는 머리싸움, 그 사이를 쉴 틈 없이 오가는 촌철살인의 대사에 있다.

1920년 무렵, 돈을 주고 마을 현장 자리를 산 마방덕(갈우)은 부인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중 마적떼의 습격을 받는다. 마적떼 두목 장곰보(장원)와 대면한 마방덕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자신을 현장의 비서인 탕비서라고 속인다. 한발 더 나아가 장곰보에게 가짜 현장으로 부임하여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마방덕. 그러나 기세 좋게 아성으로 향한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는 바로 지역 뒷골목을 주름잡고 있는 조직폭력배 두목 황시랑(주윤발)이다.

<햇빛 쏟아지는 날들> 등을 통해 연출력을 입증한 중국 6세대 대표 감독 장원이 연출,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그의 장기인 블랙코미디 성향이 잘 살아 있다. 132분을 내달리는 통쾌한 진행을 바탕으로 곳곳에 배치된 유머와 풍자가 절묘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을 즐겁게 한다. 상업적 감각이 탁월한 영화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중국영화 사상 최초로 박스오피스 1억달러를 돌파하며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이 영화의 바탕에는 중국 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정서와 흥미로운 코드가 숨겨져 있다. 하나 이를 읽어내지 못할지라도 세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와 대사의 맛은 전혀 빛바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