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범답안 같은 결론 <밀레니엄: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012-04-04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용 문신을 한 천재 해커, 작고 단단한 몸으로 사적 복수를 가하던 전사.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여주인공 리스베트(노미 라파스)의 무정부주의적인 전투력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밀레니엄: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리스베트는 이렇다 할 액션 신 없이, 시종일관 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로 오랫동안 병상에서 감시를 당하고, 해킹 실력을 과시할 기회마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사이 미카엘(미카엘 닉비스트)은 리스베트의 결백을 증명하고 ‘섹션’으로 통칭되는 비밀단체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버지에게 휘발유를 뿌려야 했던 12살 소녀가 어떻게 십수년이 지난 뒤 그와 다시 맞서게 되었는지가 공개된다.

전편이 일련의 살인사건을 통해 리스베트의 과거를 파고들어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그녀의 개인사를 둘러싼 정치, 역사적인 맥락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섹션의 공작이 전면에 드러나고 미카엘의 취재에 특별수사팀이 가세하면서, 등장인물이 늘어나고 첩보물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러나 카메라가 특별수사팀의 대책회의와 퇴물이 된 전직 스파이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따라다니는 동안, 복잡한 서사 줄기를 그러모으려는 영화의 리듬이 헐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리스베트 일행이 반격을 가하는 법정 신은 법원과 경찰이 정의 구현에 가세하는 모범답안 같은 결론을 향해 간다. 원작의 틀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목이 사필귀정이 아닌 좀더 리스베트다운 반격으로 연출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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